깊이의 차이? 혹은 강연료의 차이?
주목! 이 사람 2007/04/23 10:47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을 들어보셨는지...
최근엔 '마인드 세트'라는 책도 내셨죠.
저도 마인트 세트는 집에 갔다놨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군요.
하여튼, 1982년 메가트렌드를 내놓아 57개국에서 번역됐고, 전세계적으로 900만부가 팔렸다는데. IBM에서 일한 그가 일약 미래학자의 반열에 올라선 계기가 됐죠.
풍모도 근사한 그를 보기위해 한국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뭐 특별한 것을 얻기보다 나이스빗의 '포스'를 느끼러 간 거죠.

외국사람들은 외국 출장 갈 때, 꼭 마누라를 데리고 다닙디다.
물론 회사 출장까지 마누라를 데리고 가지는 않지만, 유명 학자들의 강연 여행에는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나이스빗 교수(현재 난징대학에서 강의)도 금발의 늘씬한 미녀(할머닌데 상당한 미인이었음) 마누라를 대동하고는 다정하게 나란히 앉더군요.
(저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길...그러니까 금발의 미녀가 아니라 제 마누라와 외국 강연을 하게 될 기회를...근데 여자가 강연할 경우엔 남편이 따라오는 건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이상해...)
재미있었던 건, 서울대 경영학과 조동성 교수와 나이스빗 교수의 강연에서 드러난 차이였는데.
좀 심하게 표현하면, 조 교수의 강연은 별 들을 게 없었습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국내 주요 대그룹의 사외이사를 수차례 역임하고, 국내를 대표하는 경영학자의 반열에 오른 분의 강연 치고는, 좀 실망했습니다. 아, 대한민국 교수들이여~
우선 조 교수는 청중이 누군지 대충대충 파악하고 온 듯 싶었어요.
정확하게 지적하면, 그는 오로지 한 사람, 한국디자인센터장(산자부 관료 출신)만 청중으로 생각한 것 같습디다.
예컨대 한국민 전체를 디자이너로 육성해 4000만명의 디자인 인력을 길러내자는 말은 명백한 '오버'죠.
센터장이 들으면 흐뭇할만한 내용이라는 겁니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본질을 밝히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서둘러 결론을 맺는 것도 귀에 거슬립디다.
"예컨대 21세기 영웅은 디자이너이며,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이다"는 결론은 글쎄요...너무 모호합니다.
그냥 듣기 좋은 말을 마치 말 퍼즐 맞추듯 이어붙였다고나 할까요.
아이고, 이거 너무 실랄해서 (혹 조 교수님이나 그분을 존경하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조 교수의 업적이나 학문적 성과는 전, 잘 모르지만...평판은 훌륭한 분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벤처투자도 하고, 벤처업계 젊은 사장들도 격려해주는 등 실물경제에서도 활약하는 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나이스빗 교수와 차이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강연할 때 톤이랄까, 음성의 높낮이랄까, 이런 부분도 조 교수는 지루할 정도로 일정합니다.
이번엔 나이스빗 교수의 강연.
어쩌면 너무 평범한 말이라서, 실망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실제 서울 모 대학의 디자인학과 교수는 "별 것도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거대한, 그랜드한, 섹시한 주장을 하기보다 자신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다는 실제적인 사례를 들었는데,
그게 더 대단했습니다.
나이스빗 교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시집을 꼭 같이 가지고 다닐 것을 주문한다는 겁니다.
공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사고의 균형, 은유에 담긴 함의를 깨닫는 노력, 1 다음에 2가 온다는 연속적 사고보다 그 어떤 수가 와도 좋다는 비연속적 사고(일명 또라이같은 생각)가 디자인업계에 필요하다는 거죠.
그는 연속적 사고는 디자인의 적이라고까지 했습니다. "Sequence is enemy!"
자신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대로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지...
이 부분이 저는 한국인의 부족한 점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태도,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철학을 세워보려는 노력...
이런 게 부족하다는 거죠.
나이스빗 교수는 "미래는 그림을 맞추는 퍼즐게임"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우리 손에 쥔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보려는 노력, 레고를 갖고 노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합디다.
미래에 대한 예측도 했는데.
그래픽 내러티브(graphic narative)한 것들, 신문 소설 만화 광고는 사라지고,
비주얼(visual creative)한 것들, Mtv 같은 것은 부흥할 것이란...
그가 제시한 미래공식. <비주얼 Up, 워즈(words) Down>
기술보다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노키아와 에릭슨을 듭니다.
에릭슨이 기술력은 더 뛰어날 지 몰라도 노키아와 비교해 디자인 기술은 떨어진답니다.
노키아 휴대전화를 들고 있으면 이런 기분이 든답니다. "Fun to hold"
하나 더.
가격 경쟁은 전망이 없다. 디자인 경쟁을 하라는 지적. 공감합니다.
강연을 마치면서 나이스빗 교수는 조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조 교수의 질문은 '21세기의 영웅, 디자이너는 누구냐"는 것이었고요.
이 질문에 그는 아까 쓴 컴퓨터와 시집을 들고 있는 인간일 것이란 대답을 했습니다.
(조 교수처럼 그냥 이 자리에 있는 당신이라는 애매모호한 귀결이 아니죠)
하여튼 디자인에 대한 두 분의 강연을 듣고, 저는 이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디자인은 세계에서 유일한 것, 누구는 그걸 갖고 싶어 안달이 나게 하는 것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세계에서 유일한 것을 창조하려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라는 것.
자신이 만들어놓은 자기만의 질서를 시나 소설을 보면서 종종 깨라는 것.
그걸 통해 새로운 것을 설계하려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
기술과 감성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
저는 솔직히 이런 결론을 얻기까지 나이스빗 교수의 말을 더 참고 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 강연 중 기억에 남는 것들
1.
파리의 황금 삼각지대. Avenue Montaigne, Avenue George-V, Rue Francois 1er 거리를 걸어보라.
디올 샤넬 로샤스 에르메스, 까띠에, 프라다,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 등을 볼 수 있다.
이 사치스런 거리에 7층 짜리 건물은 눈에 띈다. 루이비통의 아트 데코 럭셔리 프래그십 가게.
건물 꼭대기층은 예술 공간.
방문객은 매장 내부를 통해 갤러리로 올라올 수 있지만, 갤러리 전용 입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엘리베이트는 방음 장치가 돼 있고, 완전히 컴컴하다.
한 예술가는 이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자아발견의 내적 여정을 경험하도록 초대된 것 같다"고 했다.
루이비통은 매년 5개의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주제는 유산, 예술, 패션, 여행이다. 이것이 영감을 줬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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