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야 늘 있는 거지만...

며칠 전 레인님의 글을 보고 어쩜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깜짝놀랬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 문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늘 구조조정은 있기 마련입니다.
제 앞에도 권고사직을 받아 짐을 싸야하는 분이 있습니다.
20년을 함께 일했는데, 이젠 쓸모없다는 겁니다.

물론 무능력하면 회사를 위해 나가야죠.
또 본인을 위해서도 다른 길을 찾는 게 좋죠.
그런데 하루 아침에 사직서를 내라고 하는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권고사직을 받은 그 분은 점심시간도 거르고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건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약속이 있다고 하시는데.
점심 먹고 와보면 그대로 앉아 있고. 열반에 들기 직전의 스님 모습이라고 할까요.

우리사회가 한 직장을 떠나면 다른 직장으로 쏙 옮겨갈 수 있는 곳입니까.
물론 그런 분도 있겠지만, 낭떠러지로 몰리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정리할 시간은 줘야죠.
그 옛날에도 새로운 법을 반포할 때는 先甲三日, 後甲三日 했습니다.
우주시대를 준비하는 21세기에 이 무슨 개같은 경우란 말입니까.

누굴 탓하겠습니까. 권고사직을 내린 그 임원도, 그 위에 그 명령을 내린 분이 있을 것이고, 또 그 위에...
자꾸 위로 올라가다 보면 '명분'과 만나겠죠.
듣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좀더 다수의 사람이 살자고 하는 짓인데.

북키노님께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적어놓은 것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계속 슬픔을 쌓다보면, 무기력을 쌓다보면, 우리도 기계처럼 무감각해질까요?

더 슬픈 것은,
성경 말씀에 "학대 받는 자는 구제할 수 없다.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죠.
주위 사람이 학대 받으면 그걸 마치 구경하듯 지켜보게 된다는 겁니다.
아, 인간은 구제 받지 못하는 존재일까요?

이런, 너무 신파조로 글이 나갑니다.
답이 없으니까 어딘지 모르게 굴러 가는 것 같습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다들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만화 20세기 소년의 주인공 캔지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한 말이 위안이 됩니다.
누군가 '긴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했는데.
그 말을 위안 삼아 소주나 한 잔 하십시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ohnul

2007/03/14 15:36 2007/03/14 15:36
,
Response
No Trackback , 12 Comments
RSS :
http://www.ohnul.com/rss/response/140

Comments List

  1. Lane 2007/03/14 16:32 # M/D Reply Permalink

    미래도둑님 글속에도 숨어 있네요.
    우리를 구제해 줄 것이요.

    바로 소주.... (-_-)ㅋ

    1. 미래도둑 2007/03/15 21:58 # M/D Permalink

      레인님도 한잔~ 쭉~자...사양하지 마시고...

  2. 아키토 2007/03/14 18:07 # M/D Reply Permalink

    살아남기위해 오늘도 열심입니다

    1. 미래도둑 2007/03/15 21:59 # M/D Permalink

      화이팅! 아키도님 블로그에 가봤습니다. 좋더군요. 종종 가겠슴다.

  3. 玄雨 2007/03/15 12:10 # M/D Reply Permalink

    구조가 잘못된 탓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이 구조부터 조정해야 할 것 같네요..

    1. 미래도둑 2007/03/15 22:00 # M/D Permalink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갖고 있는 패를 다 깝시다. 누가 더 내공이 약한지...그죠? 그나저나 현우님, 시험 끝내고 쉬고 계시남?

  4. inuit 2007/03/15 23:03 # M/D Reply Permalink

    착잡하군요. 제가 이런데 직접 목격하고 있는 미래도둑님이야 오죽하시겠어요.

    1. 미래도둑 2007/03/15 23:31 # M/D Permalink

      좋은 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듯 해서, 중지를 모으고 있슴다. 걱정해주셔서 감솨(넙죽)

  5. susanna 2007/03/16 17:28 # M/D Reply Permalink

    그 이야기를 어제사 들었습니다.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한 후배를 만나던 자리에서요...착잡하군요. 그렇게 늦게 알게 되었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1. 미래도둑 2007/03/18 16:22 # M/D Permalink

      그 후배님의 케이스도 황당함을 넘어 넘 우낍니다. 이게 멉니까~

  6. 이승환 2007/03/18 09:50 # M/D Reply Permalink

    가난해도 오너가 되어야겠군요 -_-;

    1. 미래도둑 2007/03/18 16:25 # M/D Permalink

      언젠가는 그래야죠...근데 오너 되면 우리도 그럴까...요? 이승환님은 이누잇님 블로그에서 자주 뵙던 분 맞죠? 반갑슴다!

Leave a comment

만화 '20세기 소년' 보느라 밤 샜다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씸플...너무 재밌잖아. 누구야 이걸 그린 놈이?"

초등학교 3-4학년 때, 몰래 어머니 돈까지 슬쩍하면서 만화 수천권을 빌려봤던 나는, 플라모델 만들기로 취미가 옮겨가면서 만화 읽기를, 뚝 끊어버렸다.
그래서 21세기 소년을 그렸다는 무라사와 나오키(사진)는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어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1960년 동경 출생.
-23세 때 30페이지찌리 단편만화 'return'을 들고소학관의 문을 두드렸다.
-같은해 'BETA'로 데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는 휴머니즘을 짙게 깔았다.
-대표작. 마스터 키튼, 해피, 야와라, 몬스터, 20세기 소년 등.
-단조로운 얼굴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몇 안 되는 만화가.
-만화 소재는 다양하다. 야와라(유도), 해피(테니스), 파인애플 아미(용병), 마스터 키튼(탐정), 몬스터(의사와 살인마), 20세기 소년들(현실적인 요소가 강한 SF).
-만화 배경은 국제적이면서도 다소 서구 지향적인 측면.
<
이영록의 만화 홈페이지 참조>


내가 미래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아는 한 선배(만화기획가)가 얼마 전 이 만화를 추천해줬다. 내가 하려는 일에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교보문고에 가서 21권을 몽땅 사서 읽기 시작했다. 한 권에 30분, 11시간을 이틀에 걸쳐 읽었다. 한마디로 탁월한 심리묘사, 구성, 박진감 있는 스토리 구조, 반전의 반전 등 흥미로웠다.

나는 이 만화를 본 뒤, 한 가지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 이제 네살배기 아들을 위해 일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이 아이가 20세가 되면 그를 16년 동안 관찰한 일기를 공개할 생각이다. 그 일기에는 그의 숨겨진 꿈이 있을 것이며, 그가 파악하지 못한 욕망이 적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가 20세 이후 뭘 하든지, 중심을 잃지 않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초부터 명상을 시작하자 어렸을 때 기억이 뜸금없이 떠올랐다. 신기했다. 잊었던 과거, 친구와 관계, 관심을 가졌던 놀이, 남들보다 자신 있었던 과목 등. 이런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만큼 소년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누구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나는 내면의 나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진 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백하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내면의 나는, 무심한 나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나이다. 타인과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나는, 욕망이 있으며, 현실에 순응적이고,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둘이 서로 팽팽한 힘을 갖고, 늘 싸우기를 희망한다. 무의식의 나와, 의식의 내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도록 필드를 마련해주는 또 다른 제3의 내가 존재하길 바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ohnul

2006/08/30 18:33 2006/08/30 18:33
,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www.ohnul.com/rss/response/63

Comments List

  1. 비밀방문자 2006/09/20 01:24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feedforward 2006/09/22 15:01 # M/D Reply Permalink

    그러네. 맨날 헷갈려...치매?

  3. susanna 2006/10/25 00:15 # M/D Reply Permalink

    글찮아두 21세기 소년과 무라사와 나오키의 명성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를 들었는데, 꼭 읽어봐야 겠어요. 그나저나 명상을 하니 그런 효과가 있었단 말씀? 우와~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데요. (근데 포스트 제목엔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 소년'이라고 쓰셨네요?ㅎㅎㅎ)

    1. neri 2007/02/12 03:05 # M/D Permalink

      포스트 제목에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로 쓴거죠..

  4. feedforward 2006/11/15 13:13 # M/D Reply Permalink

    수잔나님, 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1. susanna 2006/11/28 23:09 # M/D Permalink

      정말임까? 빌려주삼...디저트때 갖고 오심 되겠네. 가능하신감요?

  5. feedforward 2006/11/30 10:35 # M/D Reply Permalink

    전북에 사는 농부 한 분께 빌려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분이 다 읽으면, 바로 가져다드립죠.

  6. 퍼니퍼니 2006/12/28 20:24 # M/D Reply Permalink

    21세기 소년이란 이름으로 현재 최종장이 나왔습니다.

    1. feedforward 2007/01/02 09:57 # M/D Permalink

      와!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좋은 정보...

    2. neri 2007/02/12 03:07 # M/D Permalink

      이상하네.. 22권 완결 제목 여전히 20세기소년인데요..

  7. rinki 2007/04/06 23:48 # M/D Reply Permalink

    퍼가용~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현재를 떠날 수 있는 비밀 통로...있으세요?

- ohnul

Notices

Archives

Authors

  1. ohnul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ite Stats

Total hits:
282850
Today:
70
Yesterday: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