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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교수의 민족주의 연구

미래학 서점 2007/04/17 11:35
한양대 사학과 임지현 교수의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는 책을 일부 읽었다. 서론과 제1부(운동으로서 민족주의).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책만 사놓고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읽어보니 재미있는 구석이 꽤 많다.
앞으로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겐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겠다.
정치인이 어떻게 대중을 설득하고, 분노하게 하고, 뭉치도록 유인하는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은 근대 민족주의의 태동으로 평가받는데,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은 개념을 동원했다...
1) 동등한 시민들의 결사체로서 '고대 공화주의적 전통'의 부활 <--- 17세기 영국 휘그파의 강령 <---신고전주의
2) 인민 주권론. 시민공동체를 민족으로 발전시키려는 계몽주의적 사고.

임 교수는 프랑스 혁명의 동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구체제의 첨예한 모순 때문에 민중 세력과의 정치적 동맹이 절실했던 프랑스의 부르주아로서는...
민중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의 제시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대중의 마음을 흔들려면,
1) 우리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하고
2) 수직적 통합(사회에 불평등한 계급이 존재함)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는 거다.
(중국의 대장정을 통해 모택동이라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고, 대중은 이를 인정하는 것)

임 교수의 민족주의 정의에서 탁월한 점은...
민족은 초계급적 이데올로기지만, 특정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특정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이념은 허구이고, 때론 역사도 날조한다.
나치즘, 파시즘, 영국의 신인종주의적 민족주의(By 에녹 파웰-Enoch Powell) 등이 그랬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시각은.
민족주의는 그걸 역사적으로 보느냐, 영속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나뉘는데.
영미계열의 학자들은 민족주의를 도구로 보고 역사주의적 관점에서 민족주의가 태어났다고 본다.
반면 독일 학자들은 문화론의 시각에서 민족주의를 영속하는 것으로 본다.

이 싸움이 재미있는 것은,
한 때 알자스-로렌 지방의 독일 귀속에 대해 논쟁을 벌일 때,
도구론적 처지(프랑스 학자 쿨랑쥬)에선 주민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독일귀속을 반대했고,
문화론적 처지(독일 학자 트라이츄케)에선 문화와 언어의 통일을 내세우면서 귀속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대립할 때, 이런 관점으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린 문화론적인 이론을 내야할까, 도구론적 이론을 내야할까.

-----> 하나 더.
임 교수의 민족주의 개념(민족주의의 현실적 역동성을 인정하고, 그 역동성의 비밀을 역사적 존재 조건과 사회적 총관계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에 따르면...
신라의 삼국통일은 외세(당)를 끌어들인 반민족적 행동은...아니라는 것이다.
신라의 입장에서 고구려나 백제는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이 아니다.
당이나 왜 처럼 맹방이 되기도 하고 국가적 원수도 된다.
삼국간에 일정한 언어적 유사성이 있다고 한민족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성찰이 배제된 시각이다.
따라서, 삼국은 반민족적인 것이 아니라 비민족적이었다.
삼국통일은 민족체 형성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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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7/04/17 13:0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굳이 민족주의라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결국 철저한 자기 나라만의 국익을 위한 행동들이 '힘'의 논리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위에 쓰신 민족주의의 내용이랑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은 짧은 생각도 듭니다.
    결국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국제관계에서는(비단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가 마찬가지겠지만,) '힘'을 키워야 된다는 결론만 남는거 같았습니다.

    • 미래도둑 2007/04/17 16:24 PERMALINKMODIFY/DELETE

      물론 힘이죠. 다만 박정희의 민족주의 때문에 한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저는 그렇게 보고 있슴다) 임 교수가 한국의 민족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하나 더 덧붙인다면, 한국인을 한 번 더 경제발전의 전선에 밀어붙인다면 '민족주의' 외에 다른 개념은 없을까 하는 것이 제 궁금증이기도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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