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의 시대, 예언서를 퍼뜨려라
주목! 이 사람 2007/01/28 19:00
그는 조선 중기 문신 겸 사상가였다고 한다.
정여립은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는 천하공물설과
'누구라도 임금으로 섬길 수 있다'는 하사비군론 등...
혁신적인 사상을 품은 사람이기도 했다는데.
그는 조선시대 서민 사이에 은밀하게 유포된 '예언서' 정감록에 등장하는 정씨로 알려져 고초를 겪다가 자살했다.
오늘 포스팅은 한국에서 유행한 예언서에 관한 것이다.
최근 백승종 전 서강대 교수가 쓴 '한국의 예언 문화사'를 읽었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손에 들었고, 이를 통해 선조들의 숨겨진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욕망이란 다름 아닌...'풍요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이런 갈망이야 어느 민족이든 품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열망을 한국 특유의 방법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불만을 품은 지식인들이 예언서를 퍼뜨리면서, 왕조를 전복하려고 했다는 것.
또 하나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우린 풍요와 평화를 갈망할 때마다 '하늘에서 보낸 사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그 사람은 때론 미륵이었고, 때론 해도진인(海導眞人)이었다.
해도진인의 경우, 17세기 이후 허균의 홍길동전, 박지원의 허생전 등에 등장하기도 했다.
홍길동전의 무석국이나 허생전의 무인도는 새 세상을 여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미륵은 좀더 역사가 깊고, 우리의 정서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9세기 말 궁예를 미륵으로 본 것이나,
구한 말엔 증산교 교주 강일순을 미륵으로 받들기도 했다.
1916년에 창립한 원불교의 창시자 박중빈은 자신을 미륵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퍼진 정감록의 출현도 백성이 미륵의 현신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조선시대 양반 및 지배층은 성리학을 섬겼으나, 백성은 미륵이 오기를 학수고대 했다.
미륵이 오기만을 고개가 빠지도록 기다리던 때, 그 때는...
사회가 급변하고, 백성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질 때였다.
정치인이 자신의 잇속만을 채리고, 백성의 삶을 내팽개칠 때,
그 때 권력에서 소외된 불만 지식인, 유랑 지식인들이 예언서를 퍼뜨렸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사회주의적 형평성을 늘 갈망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누가 그랬는데, 한국이 자본주의를 한다는 것이 불가사의하다고.
예언의 문화사로 보면 그분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백성의 삶이 엉망진창일 때...
나라 각지에선 구국의 모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꼭, 요즘의 세태를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마치 구세주인 것처럼,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물론 자신감이 있어야 상황을 돌파하겠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오만으로 변질된다.
역사적으로 역모를 일으킨 세력이 대부분 실패한 이유는,
지도자들이 자신감을 넘어 오만했고, 그러자 상황 파악에 실패했고, 백성의 마음에서 멀어져갔기 때문이다.
미륵을 바라는 마음이야, 지금 우리들이나 옛 선조들이나 비슷하다.
그 미륵은 오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힘으로...'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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