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20세기 소년' 보느라 밤 샜다
주목! 이 사람 2006/08/30 18:33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씸플...너무 재밌잖아. 누구야 이걸 그린 놈이?"
초등학교 3-4학년 때, 몰래 어머니 돈까지 슬쩍하면서 만화 수천권을 빌려봤던 나는, 플라모델 만들기로 취미가 옮겨가면서 만화 읽기를, 뚝 끊어버렸다.
그래서 21세기 소년을 그렸다는 무라사와 나오키(사진)는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어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1960년 동경 출생.
-23세 때 30페이지찌리 단편만화 'return'을 들고소학관의 문을 두드렸다.
-같은해 'BETA'로 데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는 휴머니즘을 짙게 깔았다.
-대표작. 마스터 키튼, 해피, 야와라, 몬스터, 20세기 소년 등.
-단조로운 얼굴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몇 안 되는 만화가.
-만화 소재는 다양하다. 야와라(유도), 해피(테니스), 파인애플 아미(용병), 마스터 키튼(탐정), 몬스터(의사와 살인마), 20세기 소년들(현실적인 요소가 강한 SF).
-만화 배경은 국제적이면서도 다소 서구 지향적인 측면.
<이영록의 만화 홈페이지 참조>

내가 미래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아는 한 선배(만화기획가)가 얼마 전 이 만화를 추천해줬다. 내가 하려는 일에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교보문고에 가서 21권을 몽땅 사서 읽기 시작했다. 한 권에 30분, 11시간을 이틀에 걸쳐 읽었다. 한마디로 탁월한 심리묘사, 구성, 박진감 있는 스토리 구조, 반전의 반전 등 흥미로웠다.
나는 이 만화를 본 뒤, 한 가지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 이제 네살배기 아들을 위해 일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이 아이가 20세가 되면 그를 16년 동안 관찰한 일기를 공개할 생각이다. 그 일기에는 그의 숨겨진 꿈이 있을 것이며, 그가 파악하지 못한 욕망이 적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가 20세 이후 뭘 하든지, 중심을 잃지 않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초부터 명상을 시작하자 어렸을 때 기억이 뜸금없이 떠올랐다. 신기했다. 잊었던 과거, 친구와 관계, 관심을 가졌던 놀이, 남들보다 자신 있었던 과목 등. 이런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만큼 소년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누구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나는 내면의 나와,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진 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백하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내면의 나는, 무심한 나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나이다. 타인과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나는, 욕망이 있으며, 현실에 순응적이고,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 나는 이 둘이 서로 팽팽한 힘을 갖고, 늘 싸우기를 희망한다. 무의식의 나와, 의식의 내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도록 필드를 마련해주는 또 다른 제3의 내가 존재하길 바란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ohnul.com/trackback/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