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멸망하고 있는가?
아시아, 아시아인 2006/11/28 09:59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작업실...그의 인상이 인상적이다. 어쩜 저렇게 허무한 표정을...사진출처: 동아일보>
그의 '고양이 작업실'은 많이 알려졌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요.
최근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하는 '벤쿄가이(공부모임)'에서 다치바나의 '멸망하는 국가'를 리뷰했습니다.
정치평론가의 글이었다면 재미없었을 텐데, '사후 세계'까지 관심의 영역을 뻗은 그야말로 르네상스적인 필자가 쓴 글이어서 공감의 폭이 컸습니다.
그는 왜 일본, 자신의 조국을 '멸망하는 국가'라고 부를까요? 물론 과장의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역으로 일본 부흥의 의지를 담고 있을 테지만. 그의 진단은 곱씹어볼만 합니다.
20세기 초, 일본은 나락으로 떨어진 일이 있습니다. 그의 분석입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일본은 세계 3대 강국이었다. 워싱턴 회의(1921)나 런던 군축회의(1930)에도 3개 축 가운데 하나로 대우받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교만해진 일본은 나락의 길을 걷는다. 1928년에 발생한 장학림 폭사 사건은 이어서 발생한 만주사변(1931)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이에 이어지는 독선적인 만주국 건국으로 국제사회의 고아가 되어 갔다. 1933년에 만주국 건국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연맹에서 탈퇴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은 1927년 금융공황을 야기했고, 1930년엔 농업공황으로 세계 공황의 파도에 휩싸이면서 전체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제적으로 일본은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한 독일과 손잡고, 중국대륙에선 노구교사건(1937) 이후 조금씩 전면전 양상으로 돌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성공을 달성한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치바나는 지금의 일본이 꼭 그꼴난다고 경고합니다. 한국과 중국을 무시한 채 미국에만 의존하는 대외관계가 그 증거입니다. 실제 증거로 저자는 라이브도어 사건(벤처기업가의 금융사기 사건)을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본가만 돈을 벌고 일본은 수탈당하는 사례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본의 '우편 민영화' 작업도 미국이 일본 경제의 근간을 흔들기위한 음모라고 주장합니다.
금융개방에 따른 외국자본의 국부유출 논란.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요. 꼭 외자들이 국부유출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개방에 따른 대가 아닐까요? 이에 대해 노엄 촘스키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잠깐 다치바나를 떠나 촘스키의 최근 책 '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 중 한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라틴아메리카가 이른바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떠들썩했습니다.
호기심에 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관한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투자의 25%는 버뮤다로, 15%는 영국령 케이만 군도로, 10%는 파나마로 꾸준히 (돈이) 흘러가고 있더군요.
결국 외국인 직접투자의 50%는 바깥으로 세어나가면서, 철강공장을 짓는 데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세금 피난지로 흘러나간 돈일 뿐입니다.
나머지 돈도 대부분 인수합병에 쓰였습니다.
기업이 이런 식으로 착복한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기업과 부자는 세금을 내지 않고, 국민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인 상태. 미국 역사에서 이런 시기는 없었습니다."
일본은 현재 구조조정의 전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사업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부도날 때는 단 돈 몇천만원이 없어서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급할 때 급전을 빌리지 못하면 문을 닫는 거죠. 기업이 망하지 않는 나라, 일본에선 이처럼 급전이 필요한 기업가에게 돈을 공급할 금융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을 미국의 금융가가 치고 들어온 것이죠. 다치바나는 이 부분에서 미국의 일본 수탈이란 표현을 쓴 것이고요.

그런데 이 5.4운동은 일본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영일동맹 이후 일본은 중국의 수탈을 본격적으로 벌였고,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반일 운동으로 대응한 겁니다.
5.4운동은 현대 중국의 원형이었고,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중국의 반일감정은 거세집니다.
중일전쟁이 일어난 것도
중국내 반일 데모-> 일본인 피습-> 일본내 반중 감정 고조->일본 군부의 사건 조작->전쟁 이렇게 됩니다.
남는 질문들...
1) 미국과 공고한 관계를 맺는 일본을, 우린 두려워해야 하는가?
- 미일 관계가 깊어질수록 일본은 미국에 갖혀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쪽에선 걱정할 게 없다.
2) 한국은 왜 중국에 기대려고 하는가?
- 혹,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3) 미일 동맹은 누구에게 이익인가?
- 확인이 필요한, 소수의 주장은...흔히 미국이 일본은 수탈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일본이 이익을 얻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일본 의존적이라는...
4) 미국은 언제까지 중국을 누를 수 있는가?
- 그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하면 한국과 일본의 국가전략은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갈 것이다.
5)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누를 것인가?
- 일본에 했던 것처럼 금융으로?
<박스> 성공한 기업이 망하는 이유, NASA의 사례에서 배워라.
우주선 참사로 꼽히는 챌린저호(1986) 폭발 사건. 미국은 전문가들을 투입, 챌린저호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다. 전문가 중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파인만 박사도 있다. 그는 "나사의 관료적인 행태가 사고를 불렀다"며 "어떤 조직의 관료든 자기가 속한 조직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안전성에 잠깐 눈을 감아버리는 일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 하면서 기준을 무시하면 결국 사고가 난다는 것. 파인만의 보고서는 정식으로 채택되지 않고 부록 형태로 남게 된다. 그러나 나사가 그의 충고를 무시해 또 한 번의 사고를 맞는다. 17년 뒤, 컬럼비아호가 폭발했던 것. 파인만은 1986년에 이렇게 지적한 적이 있다.
"성공의 역사를 계속 써가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방대한 자금이 끊길지 모른다는 현실 앞에서, 안전성은 슬금슬금 후퇴해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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