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7년 출간된 '글로벌 네트워크'(린다 하라심 엮음)에서 하워드 라인골드를 만났다. 그는 '가상공동체에서 삶의 단편'이란 글을 썼다. 하워드는 1985년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지역적 거점으로 가상공동체를 운영했는데, 하루 평균 두 시간씩, 일주일 내내 그리고 여행중에도 컴퓨터를 켜고 전화선을 연결해 웰에 접속해 정보를 교환하고 '놀았다'.
하워드는 그가 이렇듯 가상공동체에 빠졌던 이유가 자신의 직업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상징분석가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래머, 작가, 프리랜서 예술가, 연구자, 사서, 독립 라디오 프로듀서, 편집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어쨌든 그는 1990년부터 '상징분석가'로서 집에서 근무한 탓에 동료보다 키보드나 스크린과 더 가까웠다고 고백한다. 이 때문에 '소외'를 겪게 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
하워드의 분석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왜 사람들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몰입하는 것일까. 그는 모든 사람에겐 '주거 공간' '작업 공간' '즐김의 공간'이 있는데, 최근 자동차, 교외, 고층, 패스트푸드, 쇼핑몰 중심으로 생활방식이 변화되면서 즐김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전엔 집을 나서면 카페, 뷰피숖, 술집, 마을광장 등에서 잡담을 할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잡담이 얼마나 중요한지...그는 강조하고 있다. 또 잡담은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혀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잡담이 주된 관심사라면 가상공간은 소모적인가? 이에 대해 하워드는 '선물경제(Gift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가상공간이 발전하려면 그리고 지속되려면 각자가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고, 서로 그 세계의 완성을 위해 도와준다(선물을 준다)는 생각을 갖는 게 좋다는 것. 나누는 것에 실패하고 서로 정보를 빼앗는데 열중하다보면 귀중한 아이디어는 숨어버리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그에 관한 짧막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냥, 인용한다.
-인터넷이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새로운 형태의 협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문자언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시공을 뛰어넘어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인쇄술은 출판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인구를 민주적으로 확장시켰고 수많은 지식인을 길러내 과학, 약학, 기술, 시장의 발전을 촉진했다. 이제 이동통신기구는 선으로 연결된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매체를 창조하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을 지적한다면.
"PC와 인터넷은 전에 없던 혁신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시애틀의 19세짜리 프로그래머가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됐고 스위스의 한 물리학자가 월드와이드웹을 만들어서 전세계에 전파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은 항상 그들의 권력의 원천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등장에 저항하게 마련이다. 많은 정부와 대규모 미디어 기업은 내일의 인류가 사용자로서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행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세력들은 뉴미디어와 관련된 기술.법률.규제 등의 총체적인 구조를 수동적인 소비자의 시대를 다시 불러들이는데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