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하버드대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고등학교를 졸업할 18세에 예일대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할 23세에 하버드대 교수에 임용된 분.
1996년 쓴 '문명의 충돌'에서 앞으로는 국가간 전쟁이 아니라 민족간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며,
비교정치학 분야를 개척했고, 통계학을 정치학에 응용하는 분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8년만에 다시 내놓은 책 '미국(Who are we?)'을 동아시아근현대사연구모임 멤버들과 함께 최근 일독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정치학자들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세계질서 재편은 어렵다며 다자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책 '기로에 선 미국'에 관해선 짧게 포스팅 한 적이 있다. 여기--> http://www.ohnul.com/115

후쿠야마가 보수주의자에서 약간 유연한 보수주의로 자리를 옮겼다면,
헌팅턴은 굳건하게 보수주의를 지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미국'에서 과거 미국의 정체성을 대표했던 "앵글로-개신교도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미국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에 중심적이었던 인종적 및 민족적 요소를 제거하고, 개인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다민족, 다인종 사회를 이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팅턴은 이렇듯 훌륭한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원인은 "앵글로-개신교도 문화와 초기 개척자들의 신조에 헌신했기 때문"이고 "그와 같은 헌신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미국일 것이고, 대부분이 원하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헌팅턴이 걱정한 것은
1)멕시코 이민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는 사실
2)이들은 초기 이민자들과 달리 미국사회와 가치에 동화되지 않는다는 사실
3)이들은 스페인어를 미국의 공용어로 쓰자고 주장하면서 이분화된 미국을 원한다는 사실
4)이들은 게으르고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
5)이 때문에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이애미는 더이상 미국적이지 않다는 사실
6)이것이 확산돼 LA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이런 것들이 히스패닉계의 확산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7)세계화의 진척에 따라 미국의 엘리트들이 초국가적 이념을 추종하거나 만들고 있다는 사실
8)반면 미국의 대다수 시민은 보호주의, 국가주의를 원한다는 사실
9)이를 통해 엘리트와 서민이 분리되고 있다는 사실
10)이 때문에 시민은 정부에 대해 전례없이 깊은 불신에 빠져있다는 사실
...은 세계화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나 미국과 멕시코와 관계나 정치적으로 비슷하다"고 했다.
이는 중국이 한족이 아닌 타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한족화하는 공정 속에서 한국과 대립하고 있듯,
미국도 멕시코 이민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역사적,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헌팅턴은 히스패닉계와 갈등 때문에 미국판 동북공정이라도 해야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가 제기한 고민과 대안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컨대...
한국의 정체성은?
시골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코시안들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
이들에게 한국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소개할 것인지?
코시안의 세력화 가능성은 없는지?
통일이 되면 조선족과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의 이민자들과 어떤 공감대를 갖을 것인지?
우리 내부의 힘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이젠 우리도 세계전략을 내놓을 때인지?

+++++++++++++++++++++++++

미국인은 원래 영국인이었다. 이들이 미국인이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우선 이들은 종교적으로 같은 경험과 문화를 공유했다.
->미국에 세운 정착촌이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들과 싸우면서 민족을 넘어 단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금부과 등 제도를 고안하면서 한 국가에 산다는 점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통신기술이 확대되면서 미국내 정착촌간에 의사소통이 됐고, 경험을 광범위하게 공유했다.
->미국만의 새로운 엘리트가 등장했고, 새로운 기회의 땅이란 점이 알려졌다.
->이렇듯 세력이 확대되자 당황한 영국은 새로운 대륙을 규정하는 말로, 아메리칸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남북전쟁을 통해 흑인들도 미국인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
->세계1차, 2차 대전을 통해 미국내 독일인과 일본인이 민족을 떠나 미국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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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7/03/22 15:09 2007/03/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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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7/03/23 13:04 # M/D Reply Permalink

    확실히...
    이제는 우리나라도 항상 교과서에 등장하던, '단일민족'이라는 단어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굳이 농업이 주산업인 농촌까지 안가더라도, 구미에도 많다고 하더군요.

    얼마전에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 처녀들의 설문조사에서 자기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의 여성의 지위가 더 낮게 느껴진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반수정도나 차지하던데...

    모든나라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는 확실히 현상이 벌어지고, 문제가 아주 굵직하게 불거지고 난 이후에나 법률이나 정책이 만들어지더군요.
    시대의 변화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 지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1. 미래도둑 2007/04/03 17:59 # M/D Permalink

      뒤늦은 땜질처방...아, 이젠 신물이 나옵니다. 이거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여?

  2. Amberite 2007/04/03 13:58 # M/D Reply Permalink

    동질감을 부여하는 최고의 방법은 "전쟁"이라고 느껴지네요. 조금 씁쓸하지만 맞는 이야기 같기도.

    1. 미래도둑 2007/04/03 17:58 # M/D Permalink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 할텐데요...그나저나 Amberite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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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너무 딱딱할 것 같아서, 너스레를 좀 떨고...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왼손을 보자.
운명선이 뚜렷하고, 두뇌선이 상당히 길다.
아래로 내리꽂은 긴 두뇌선, 지능이 높다는 의미.
손바닥을 위 아래로 가로지르는 운명선도 길고 뚜렷하다.
두툼한 손도 눈에 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의 전형이다.
아울러 노력하는 손으로도 손색이 없다.
꾸준히 책을 내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신보수주의로 알려진 그가 최근 자신의 사상을 반성하면서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의 최근 저작 '기로에 선 미국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뉴라이트로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는...

하버드에 들어가지 못한 준재들이 1930년대 뉴욕대에 들어가 학내 써클을 만들고 사상을 다듬은 것이 원류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각국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높다. 또 도덕적인 목적을 위해 미국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안보문제에 대해 유엔 등 국제기구는 쓸모 없다고 믿는다.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 이후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힘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 데서(예컨대 이라크 침공) 이들을 신보수주의자라고 부른 바 있다. 이른바 '네오콘'.

후쿠야마도 신보수주의자라고 자처했지만, 그는 세계의 변화에 따라 노선을 수정하겠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확인한 세계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반발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민족국가는 사라지고, 비국가 혹은 초국가의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
-각국의 주권이 해체되고 있다는 점
-앞으론 파탄 국가, 허약한 국가가 전세계 무질서의 근원이 된다는 점

이렇게 변한 세상에서 네오콘의 관점으론 문제를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이라크 침공의 실패. 대량살상용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라크 내 테러세력으로 끝없이 미군이 죽어나가는 상황.

그는 '현실주의적 윌슨주의'라는 수정안을 내놓는다.
현실주의적이라는 의미는...각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 다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선진국의 성공모델을 제3세계에 적용할 수 없다는 뜻에서.
윌슨주의란 결국 다자간 협력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미국의 일방적인 힘으론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손해가 많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북핵문제를 풀 때도 다자간 협의를 통하자는 것.
이렇게 보면 현재 6자회담이란 틀 안에서 북핵문제를 풀고 있는 것과 그의 해결책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북한을 다자회담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를 그는 '분명하게' 정치체제를 변환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이 점이 현재 6자 회담의 목적과 다르다. 새로운 다자회담을 만들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이 틀 안으로 들어올 경우, 이 회담이 제시하는 룰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된다. 마치 동유럽이 EU에 가입하면서 각국의 정치체제가 격변하듯 말이다.

따라서, 그가 주정하는 수정 신보수주의는 다자간 협력을 통해 부드럽게 문제국을 끌어들인 뒤, 결국 체제를 변환시키는 개혁을 일궈내자는 것. 이것이 미국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럼, 미국이 이런 견해를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현재 우리에게 닥친 대외문제들은 중국과 관계 설정, 북핵 해결, 그리고 통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새로운 다자회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패권국으로 존재하는 미국과의 관계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

뭐, 이런 딱딱한 얘기를 3시간 넘게 주고 받았고, 정리도 했는데.
나로선 인상 깊은 장면이 따로 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발견하려는 노력이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지하드는 전통 이슬람에서 내평겨쳐진 세력들이 不存感을 회복하기 위해 폭력과 정치를 이용해 새로운 교의를 수립하려는 수작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지하드 세력은 전통 이슬람주의자가 아니라는 것. 이들은 일찌감치 서구로 나와 활동하면서 정신은 서구화돼 있다.
예컨대 이들은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을 탐독하면서 이슬람주의와 멀어진 자들이다. 따라서 지하드주의자들과 맞서려면 이슬람주의자들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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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6/12/27 11:29 2006/12/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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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6/12/27 12:44 # M/D Reply Permalink

    결론은, 미국은 나르시즘에 빠진 비현실주의자들이라는 거군요.

    그리고,
    저게 지식선이라는 거군요.
    미래도둑님의 박학다식의 영역에 손금에 대한 지식까지 들어 있었던 거군요.
    저는 오른손 왼손 손금이 많이 다른데, 왼손은 저 지식선이라는 놈과 그 손가락쪽으로 위의 선이 일직선으로 붙어 있습니다.
    덕분에 지식선이 긴지 짧은지도 판단이 안되는 손금인데, 오늘부터 칼로 손바닥을 그려야 겠군요.

    1. feedforward 2006/12/28 11:36 # M/D Permalink

      나르시즘에 빠진 비현실주의자...이 명쾌한 시각에 존경을 표합니당. 그리고 손금...그냥 너스레로 이해해주시길...

  2. susanna 2006/12/28 17:05 # M/D Reply Permalink

    으흐흐~ 드뎌 읽으셨군요! ^^

    1. feedforward 2007/01/02 09:56 # M/D Permalink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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