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부기행이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동북아평화센터 김영호 이사장(사진 오른쪽 노란 모자 쓴 분)이 주관하는 여행모임인데...
21세기에 흥부의 인간상을 복원하자는 취지죠.
저는 최근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는 흥부기행에 다녀왔습니다.
김 이사장께서 초대해주셔서 갔습죠.
가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현장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제 장모님 고향이 함평이어서 가끔 둘러보기는 했지만, 함평군수가 나와서 브리핑을 듣기는 처음이었는데요.
<---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함평은 나비축제 기간에 맞춰 나비를 인큐베이터실에서 키워냅니다. 이게 핵심기술이죠.
나비 애벌래 한 마리에 1만원이나 한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석형 함평군수는 방송국 PD출신입니다.
그가 9년 전 부임해 쓸쓸히 쇠락의 길을 걷던 함평을 전국 최고의 관광지이지, 친환경 농토로 도약하도록 갖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나비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환경이 좋은 곳이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작한 나비축제. 연간 300만명이 다녀간다고 합니다.
10년 전 관광객이 고작 17만명선이었다니, 그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일궈낸 셈입니다.
다시 흥부기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동북아평화센터가 흥부기행을 시작한 이유는 흥부를 본받자는 뜻에섭니다.
흥부...
다 아시는대로 그는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줘서 대박을 터뜨립니다.
하찮은 날짐승이지만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엿볼 수 있는데요.
하나 더.
흥부는 제비 새끼를 잡아먹은 구렁이조차 죽이지 않고 놓아줍니다.
사실 구렁이가 무슨 도덕적 관념이 있겠습니까.
그도 살기 위해 한 짓이고, 흥부는 이를 이해하고 방생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흥부는 매일 걱정거리로 밤을 지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우나고우나 형님 놀부 걱정, 자식 걱정, 마누라 걱정, 제비 걱정...
약간 논의에서 벗어나서...
저는 자신의 것을 모두 걸어본 사람은 뭔가 다르다고 봅니다.
올인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습니다.
흔히 새로 취임한 회사 사장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구조조정인데.
이런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올인'한 경험이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챙겨야 할 것이 비용 줄이기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그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인해 본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가족, 직원, 회사가 쌓아놓은 노하우, 자신의 지식 등.
어디서 대박의 기회가 터져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기회의 문을 열어둡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재평가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죠.
흥부기행의 또 다른 묘미는 여행하는 일행이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린 여행하면서 옆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처 제가 생각지 못한 세계를 일깨워 준 분도 만났습니다.
저로선 그분이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부기행에 판소리 명창이자 예술인 임진택 선생(임권택 감독 '천년학'에서 아버지로 나오기도 함)이 함께 했는데, 그분을 통해 흥부전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듣기도 했습니다.
판소리 하는 분답게 목소리가 우렁차고, 진지했는데...무엇보다 얼굴이 참 평화롭더군요.
김영호 이사장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이었는데요.
"16세기의 대표적인 인물은 돈키호테다. 신대륙 발견을 위해 좌충우돌 진격하는 당시 시대상을 대변한다. 18세기는 걸리버의 시대인데, 새로운 식민지가 만들어지고, 세계는 본격적으로 이질적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이고, 대표하는 인물은 카우보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은 누가될 것인가. 흥부가 그렇다. 20세기가 인간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다.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구렁이를 놓아주는 심성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이다."
Posted by ohn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