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청년들의 하소연


몇 달 전, 후배가 권해준 책 '1000 euro 세대'(천유로 세대)를 오늘 새벽에서야 다 읽었다. 1000유로는 120만원쯤 된다. 이걸 월급으로 받으며 살아가는 이탈리아 청년들의 얘기가 담겨있다. 한국에만 청년실업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줄 알았더니, 이탈리아는 물론 전 유럽이 이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의 작가는 두 명인데, 이들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30대 청년들이다. 하소연할 곳을 찾던 이들은 인터넷에 소설 형식으로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고,(2005년10월부터)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나가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까지 제작돼 내년 초 개봉을 앞뒀다고 하니...

이들이 내뱉는 하소연 한 장면.

"나라고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불안정하다. 월급도 뻔하고, 미래 역시 아무리 봐도 불투명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집세, 고지서, 생활비, 수리비, 예상치 못한 지출에 세금까지. 이 모든 것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맞서느라 내가 버는 얼마 안 되는 돈의 마지막 1센트까지 소비해야 한다. 즐기는 삶, 30대라면 누구나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 부분에는 커다란 구멍만 뚫려있다.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도 가득하다. 또 한 장면.

"난 줄리오 삼촌으로부터 치열했던 1968년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삼촌은 늘 나에게 '그때 우리들은 요즘 젊은 것들이랑은 달랐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뭐 하나 싸워서 지키려는 것도 없고.' 처음엔 삼촌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밀라노로 이사 온 뒤, 나는 우리도 못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수습직 사원들을 보라. 월급 인상이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단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지금과 다른 미래를 요구하기 위해 길로 나온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앞에 놓은 미래는 희미한 햇살 한줄기도 통과할 수 없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씩씩한 구석이 많다. 전자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하루 하루 생존하는 데 급급하지만, 그렇게 생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세상은 점점 '단타족'들만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판단보다 외부의 평가를 더 중시한다. 어느 세대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도 안다. 이들은 불합리적인 것은 절대 참지 않는데, 워낙 낭떠러지 끝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에 대한 불신도 깊지만, 배려를 호소하기도 한다.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단기계약을 쫓아 하루를 보낸다.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프로젝트와 돈.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거대사회보다 부락을 지어 살기를 좋아한다. 권력을 좇지 않으니 점차 여성화 된다. 모계사회의 도래다.

논의가 너무 튀는 것 같은데, 지금의 단타족, 1000유로 세대는 '수렵채집의 시대'를 닮았다. 우린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일까.
산업사회 -> 정보화사회=농경사회(재택근무 환경을 보라) -> 수렵채집의 시대(단타족)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Posted by ohnul

2006/11/24 06:50 2006/11/24 06:50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www.ohnul.com/rss/response/93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루돌프 2006/11/24 12:42 # M/D Reply Permalink

    유로화로 바뀌면서 물가도 거의 배로 뛰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월급은 제대로 환율 계산해서 주는데,
    물건값은 돈 단위가 바뀌는걸 이용해서 은근슬쩍 올려받았다네요..

    수렵채집사회라.. -ㅁ-) 후...
    저도 어찌 될런지 모르겠네요...ㅠㅠ

    1. feedforward 2006/11/24 14:38 # M/D Permalink

      루돌프님, 정답은 없습니다만, 방법은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논의해보십시다.

  2. Lane 2006/11/24 12:53 # M/D Reply Permalink

    하.....
    방금 막 비슷한 글을 제 블로그에 쓰고 이 글을 읽으니....
    거참.....

  3. feedforward 2006/11/24 14:36 # M/D Reply Permalink

    레인님 글 막 읽었습니다. 동감 100%입니다. 좀더 힘을 냅시다, 그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212 : 213 : 214 : 215 : 216 : 217 : 218 : 219 : 220 : ... 281 : Next »

블로그 이미지

현재를 떠날 수 있는 비밀 통로...있으세요?

- ohnul

Notices

Archives

Authors

  1. ohnul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3798
Today:
129
Yesterday: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