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6두품이 사고 친다



강범석 선생의 '잃어버린 혁명, 갑신정변 연구'를 일부 읽었다. 김옥균 박영효 등 3일 천하의 주인공들은 당시 문벌폐지, 인민평등, 고른 인재등용, 조세개혁, 정부개혁을 부르짖었다. 실로 대단한, 대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동방의 영국이 되려는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동방의 프랑스로 나라의 비전을 정립했던 김옥균. 훗날 서재필 박사는 "국민의 성원이 빈약했고, 남(일본)에 너무 의존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 박사도 갑신정변의 주역이었으니, 그냥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책도 다 읽지 않고, 포스팅을 하려는 이유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서다.
한국 역사에서 사회변혁기엔 차(次) 지식층이 새로운 국가를 여는 주체세력이 된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엔 중인층이, 나말여초엔 육두품이, 여말선초엔 향리층이 그랬다. 저자는 갑신정변을 전후해서 가장 돋보이고 주목되는 사회계층은 중인층이었다고 분석했다.

1880년대 작성된 조선의 문서에선 중인을 "사대부 유족 출신이고, 각종의 실용 학문을 전수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18세기에 이르러 중인이란 용어가 실록에 정식으로 기록되는데, 평가가 재미있다. "중인배는 양반도 아니고, 상인도 아니고, 그 중간에 있으므로 가장 교화가 어려운 존재이다."

저자는 "갑신정변을 전후해서 개명한 사대부와 함께 등장하는 역관 오경석, 한의 유대치, 그리고 이동인, 탁정식, 이정수 등은 '기술직 중인' 출신으로 지식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북학에서 개화파로 넘어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도 평가했다.

좀 거칠지만, 천지가 개벽할 때는...
지배층과 서민층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애매모호한 지식인'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에 의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얘기다.

나는 이렇듯 '애매모호한 지식인'을 명확하게 목격하고 있다.
나는 이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시대의 중인층은 누구냐고.
그들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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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7/01/31 08:10 2007/01/3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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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7/01/31 10:16 # M/D Reply Permalink

    음.....
    확실히 미래도둑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왠지 모르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정말 심히 부러운 미래도둑님의 재능이신것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조금만 더 미래도둑님 글을 읽다가는, 외계인이 있다는 미래도둑님 말씀을 믿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1. 미래도둑 2007/01/31 13:40 # M/D Permalink

      과분한 칭찬이시고요. 사실 레인님 때문에 포스팅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외계인은 진짜 있습니당!

  2. 인간희극 2007/02/01 19:14 # M/D Reply Permalink

    문득 중인층이 걸리버와 비슷한 입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인국 사람과 거인국 사람은 직대면해도 서로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을 테지만 그 중간자인 걸리버는 양쪽 모두와 교류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와 힘을 가졌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 시대의 중인층은 전세에 사는(자가와 월세에 중간), 40세된(평균 수명의 절반에 다다른), 비정규직(피고용과 백수의 중간에 있는) 트렌스젠더(남과 여의 중간에 있는) 가 이닐까요...^^

    1. 미래도둑 2007/02/02 10:35 # M/D Permalink

      인간희극님, 재미있는 비유이십니다. 두 계층으로부터 모두 '외계인' 취급을 받는 걸리버...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트렌스젠더까지는 몰라도...ㅍㅎㅎㅎ

  3. 루돌프 2007/02/09 16:13 # M/D Reply Permalink

    항상 그런식이죠....
    뭐 사고를 치더라도 뭐 힘이 있어야 치죠...
    아니면 노비들이야 잠깐 읏쌰 했다가 무너지기 마련이고;;;

    1. 미래도둑 2007/02/12 17:17 # M/D Permalink

      어이쿠, 루돌프님 오랫만입니다. 그동안 소원해죠...자주 보십시다. 전...노비출신이어서, 그저 도련님들 수발이나 든 기억밖에 없네여~ 우리 도련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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