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몇 장의 사진을 보고는 가슴이 먹먹해져서,
종일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임진강 수난사고를 당한 분들이었는데,
사고 직전 단란하고 정겹게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의 얼굴, 아이의 천진한 표정, 몸짓, 그리고 이들 주위의 음식들, 텐트, 물고기를 잡는 그물들...
사고 직전과 사고 이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이 사건을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많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를 보면서,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하와이로 떠날 때 다짐했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제 일기장에 보니 이런 글이 있더군요.

"사람은 10분 뒤의 미래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자고 나를 설득했고,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박성원, H그룹 직장영웅전설, 178쪽에서 인용)

운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하자는 생각이,
오늘 저를 하와이에서 미래학을 공부하도록 했습니다만...
미래학을 공부하면서 운명에 대한 생각을 좀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없다고 해서 미래에 대해 관심을 적게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알 수 없는 운명을 강조할수록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 예컨대 '피난민 의식(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하다는)'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임진강 수난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도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엔 문제가 있습니다.
1.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내일의 문제' '미래의 문제'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갖게 합니다.
사진을 본 많은 독자들이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는 노래를 읍조리게 합니다.
2. 사고 원인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운명의 엇갈림으로 문제의 초점을 가릴 우려가 있습니다.

인생의 운명적인 측면에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될 경우, 내일을 준비하자는 목소리는 묻히게 됩니다.
한국은 운명적인 태도 탓에 많은 부분을 스스로 개선, 개혁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느냐' 아니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다시 한 번, 임진강에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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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9/09/09 09:59 2009/09/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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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9/09/28 13:17 # M/D Reply Permalink

    전 실제로 살아온 경험 때문에 '피난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 입니다.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내일의 문제, 미래의 문제애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제 삶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자면, 계획 했던 대로 된 일 보다는 그렇지 못한 일들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덕분에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을때 받았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경험을 너무도 많이 했죠.
    때문에 언젠가부터, 오지도 않은 미래일을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모든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중도를 지키는 일 또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듯 합니다.

    1. 미래도둑 2009/09/30 11:30 # M/D Permalink

      레인님, 반갑습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요...잘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피난민 의식...한국사람이라면 대부분 내재된 감정이자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인생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게 오히려(!) 정상인 듯 하고요. 이 때문에 내일을 대비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역으로, 현실에 충실한다는 것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습디다. 현실은 눈으로 볼 수 있기에 다 알 수 있는 것 같지만, 따져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죠. 이 때문에 모든 학문이 현실을 새롭게 보려는 시각을 찾느라 밤을 샙니다.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죠. 미래학도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보며, 현실을 재해석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럼...결국 문제는 현실, 내가 맞닥뜨리는 현재를 어떻게 잘 대응하면서 살 것인가 하는 것으로 모아집니다. 레인님, 현실을 잘 보는 방법이,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걸 고민하신다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겁니다...방법이 있다면 열나게 헤엄치는 수밖에요...(^_^) 서울 당산동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해야 하는데요...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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