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과학

어떤 것이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래학계에선 이른바 결심의 과학(a new decision science)을 화제로 떠들고 있는데요.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세계미래협회의 창시자 중 하나인 고든 박사(Theodore J. Gordon)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겠습니다.
(참조: T. Gorden. "Making Better Decisions in an Uncertain World." Futures Research Quarterly. Winter 2007, Vols. 23, N. 4.)

우선, 좋은 결정이란 무엇인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1. 몬트리올 의정서:오존층 파괴 가스를 줄이자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남.
2. 1960년대 인구예측으로 가족계획 운동이 일어남.
3. AIDS 문제 제기로 대대적인 예방운동이 일어남.
4. 조용한 봄(Silent Spring) 혹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 보고서로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킴.
(참조: 성장의 한계 보고서는 1970년대 로마클럽에서 제기한 문제로 환경파괴, 자원고갈로 인류는 성장의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함. '조용한 봄'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1962년 펴낸 책으로 DDT 같은 대량살상약품이 새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등의 환경오염 문제를 경고했음. 이 덕분에 1972년 미국은 DDT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음.)

그러나, 현실은 이렇듯 좋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늘, 내가 한 결정이 잘 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듯, 불안하기만 합니다. 고든 박사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1.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경우: 잘못된 결정은 즉각적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를 일으킨다.
-우주비행선, 챌린저호 폭파 사건: 의심할만한 증거가 많았으나 묵살됨.
-1950년대, 60년대 임산부 입덧방지용으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기형아 출산을 야기함.
-선탠, 고기, 포테이토는 한 때 건강을 지켜주는 것으로 간주됐으나, 지금은 반대임.
(이런 경우를 피하는 방법으로 고든 박사는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립되는 의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종합하는 것이 좋은 리서치라는 것인데요. 적절하게 종합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고든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해 진행하는 과정에는 리서치, 결단의 시간, 조언, 시나리오, 모델 그리고 델파이 기법 등이 동원된다. 여기서 어떤 의도를 갖고, 특정한 결론을 과장하거나 축소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2.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경우: 정부는 종종 스스로를 속이거나, 의회를 속이는 거짓말을 한다. 예컨대 통킹만 사건. 1964년 월맹군의 해군이 미 해군을 공격해, 미국이 베트남 전의 명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1년 뉴욕타임즈가 극비문서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는 미국 정부의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5년 로버트 맥나라마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이 조작임을 시인했다.

3. 정치적인 힘이 때론 조급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 대부분 결정해야 할 때를 놓치고 만다.

4. 위험에 맞서는 것과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의 차이. 정부 관리들은 위험에 맞서기 보다는 현재의 흐름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이들은 종종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기보다 실현되지 않을 미래를 붙들고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5. 상상력의 제한적 이용: 미래를 예측하는 리서치는 항상 "엉터리" 혹은 "말도 안되는 것"쯤으로 치부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니 이렇게 평가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작 발현해야 할 상상력이 제한된다. 현재의 강력한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에는 리서치의 힘이 약하다.

6. 결정의 과정은 종종 비이성적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다니엘 카네만(Daniel Khaneman)은 "인간의 마음은 쿼크 같아서 종종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판단할 때, 얻는 것을 염두에 두기 보다 잃는 것을 더 걱정한다.
-병에 걸렸을 때, 사람들은 80%의 환자를 고친 방법을 선호한다. 그것이 나머지 20%의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방법임을 모르고 있다. 상황에 따라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7. 어려운 결정은 피하고 본다. 정부 관료들은 하기 어려운 결정의 경우, 꼭 필요하더라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8. 특정한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결정이 종종 번복된다.

9.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모두 선택이 옳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의 기준은 있다.
-해가 없을 것
-공평할 것
-고통을 완화하는 것
-인류의 생존을 보호할 것
-미래세대를 고려할 것
-당신이 대우받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남을 대우할 것

10. 덧붙여야 할 한 가지 사항: 미래 리서치는 결정에 관계된 자료를 조사하는 방법론을 강화하는 것 못지 않게 결정의 과정을 향상시키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파레토 최적의 법칙 같은 것.

-------------------------------------------
하와이대 미래학에서 좋은 리서치란 "연구자가 갖고 있는 가치에 의문을 던질 수 있도록 풍부한 자료를 찾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서 풍부한 자료가 의미하는 것은 양적으로 많은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찾은 자료가 어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을 뜻합니다.
다가올 미래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1)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한다는 미래 2)현재가 붕괴된다는 미래 3)붕괴되기 전 해답을 찾아 다시 성장한다는 미래 4)현재로선 이해할 수 없는 미래 등입니다. 어떤 주제를 놓고 리서치를 할 때, 찾은 자료가 4가지 미래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건 보물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리서치의 핵심은 내가 갖고 있는, 믿고 있는 가치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좋은 질문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의 가치를 4가지 미래 속에 비춰보고, 그 다음엔 4가지 미래에 속하지 않은 미래의 거울에까지 비춰볼 때만이, 나의 가치가 현재와 미래에서 어떤 생명력을 갖고 움직일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A good research makes a distance between the present that I go and the future that I want to go. (Dator)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기는데요.
미래를 예측할 때, 풍부한 정보가 중요할까요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는 상상력이 중요할까요?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양적인 예측을 중시하는 쪽과 질적인 예측을 중시하는 쪽으로 갈립니다. 전자는 기업이 선호하는 예측이고, 후자는 정부나 시민단체가 선호하는 예측입니다. 문제는 풍부한 정보가, 컴퓨터 모델링이, 시뮬레이션이 과연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며, 정확한가하는 점입니다.
이를 논하자면 양쪽이 같은 양의 증거를 들이대며 서로 맞다고 우길 것 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예측이란 한 번 맞고, 한 번 틀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예측하기 보다는 그런 미래를 만들어서 살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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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8/09/09 09:37 2008/09/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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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웬리 2008/09/10 12:02 # M/D Reply Permalink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예측력을 무시못한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습니다만...지금 한국은 그렇지 못하네요.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서 죄송합니다.

    1. 미래도둑 2008/09/11 03:56 # M/D Permalink

      웬리님, 귀중한 코멘트 고맙고요. 한국이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 중입니다. 뭔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든) 저지르는 실수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떠오르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2. 인간희극 2008/09/10 15:34 # M/D Reply Permalink

    오늘 '신의 입자'를 발견하기 위한 인공 빅뱅 실험이 스위스에서 시행된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이 실험에서 발생하는 블랙홀이 지구 전체를 삼켜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서 참가 과학자들이 고소까지 당했다고 하네요. 한국시간으로 2008년 9월 10일 16시 30분. 이 시간이 무사히 지나간다면 이 실험에 대한 미래도둑님의 포스팅도 기대할게요.

    1. 미래도둑 2008/09/11 04:00 # M/D Permalink

      인간희극님, 저도 그 실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 세계가 난리법석을 떤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전기가 발명될 때도, 신의 저주라든지 그런 욕을 먹었다죠. 반면 원자탄은 분명 기술의 오용이라고 봐야합니다. 세계를 이롭게 하는 기술은, 그 기술을 이용하는 우리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Technology can humanize human. 오늘 우리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것과 오늘의 신기술이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죠.
      하여튼, 이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는 함 지켜보죠.

    2. 미래도둑 2008/09/11 06:03 # M/D Permalink

      \칼 맑스: necessity is the mother of invention
      톨스타인 베블런: invention is the mother of necessity

  3. 삼족오 2008/09/11 20:22 # M/D Reply Permalink

    친애하는 박군! 잘 지내고 계신가?
    오!늘! 있는 것이라 해서 와 보았네.
    미래학이라는 '신세계'가 판타지의 연속이 아니라는 건
    그대가 찍어 올려둔 '다라이' 사진을 보고 퍼뜩 눈치 채버렸네.
    보고싶은 맘, 꼭꼭 눌러서리
    맑은 기운 한줄 하와이로 보내니
    이 기운줄 타고 훠이 날아보세!!!
    --------------------------------------------------기.....운.....줄

    1. 미래도둑 2008/09/12 03:44 # M/D Permalink

      삼족오님 고맙습니다...만, 근데 뉘시온지요? 문체로 보아 대략 서너 사람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만, (이거 궁금해서리...)

    2. 삼족오 2008/09/12 07:25 # M/D Permalink

      한번에 알아맞춰보라고 하면, 너무 재미없겠지. 서태지 컴백처럼 몇개의 힌트를 주겠네. 자 이제 시작! 지금부터 게임이라구. 느낌이 아니라 아래의 힌트로 삼족오를 가리키는 "한 글자"를 알아낸다면, 그대는 꽤 센스쟁이^^:
      ===> 클린트 이스트우드

    3. 미래도둑 2008/09/13 03:54 # M/D Permalink

      글쎄요. 더 어려운데요. 근데, 삼족오님의 표현력을 보면, 애초에 제가 꼽았던 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이라구" "센스쟁이" 이런 표현은 글쎄요, 누군지 아예 모르겠는데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

    4. 삼족오 2008/09/13 22:41 # M/D Permalink

      나의 문체반정 시도가 이토록 완벽하게 통할 줄이야. 미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라면...

      이렇게 되면 게임을 시도한 나의 전략에 오류가 생기는데...(아니 이 정도밖에 안되는겨) 갑자기 이런 대사가 떠오르네. 요즘 상영되는 영화중에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배트맨-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하는 말. "넌 나를 완벽하게 해"

      이건 순전히 조커는 배트맨이 있기 때문에 자기도 있을 수 있다는 야그인데, 뭐 이런 정도의 느와르 감성이 있어야 게임도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구먼... 이쯤에서 게임을 정리해야 하는건가... 그러기엔 너무 싱거울 것 같고...조금만 더 해봐야지...쿨럭...^^

      아무튼 여긴 대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데, 이국만리지만 한가위 잘 보내시구. 나의 '유주얼 서스펙트 게임'에 좀더 활력을 줄 수 있는 접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삼족오는 팔락팔락~~

    5. 미래도둑 2008/09/16 08:10 # M/D Permalink

      김 선배군요...!

    6. 삼족오 2008/09/16 12:05 # M/D Permalink

      저 확신에 찬 멘트! "김 선배군요...!"
      눈을 가늘게 뜬 삼족오의 답변! "어머 왠 김선배?!"
      차라리 '성' 하나라도 맞았다면 이토록 절망하지 않았으리^^

      곰곰 생각하니 이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게임이었소.
      그대가 삼족오라는 미지의 인물에 대해
      추론 가능한 요소는 오직 하나 '문체'였고,
      살뜰한 그대는 삼족오의 댓글을 낱낱이 분석하여,
      '게임, 센스쟁이' 등의 트렌드 지수가 높은 어휘를
      사용할만한 후보군을 압축하였으나,
      또다시 '문체반정'이라는 트릭에 넘어가
      이름 모를 김 선배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으니...
      아아, 한정된 정보의 공급이 초래한
      이 파국적 사태를 어이하랴...

      그러나 이 사태를 모면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오.
      제일 편한 길은 이 삼족오가 ‘김 선배’임을 인정하는 것이오.
      이는 게임의 주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이오.

      만일 삼족오가 ‘김선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빙고!’를 외치며 이 게임을 종료할 때 발생가능한 상황은;
      첫째, 그대는 삼족오도 이름 모를 김 선배에 대해 즐거운
      기억과 함께 자신의 판단에 대한 드높은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오.
      둘째, 그와 동시에 삼족오의 실체적 진실은 댓글 너머에 영원히 묻히게 될 것이오.

      하지만 삼족오는 알못미(알려주지 못해 미안해)한 사태에
      망설이면서도 끝내 진실을 택할 작정이오.
      팩트를 다루어온 박군이 팩트 너머
      미래를 읽는 지혜를 추구한다지만,
      삼족오는 오!늘! 이 공간에 접속하여
      그대와 댓글놀이를 한다는
      실존적 ‘사실’ 앞에 경외감을 느끼기 때문이오.

      그런데 삼족오는 그대가 왜 ‘궁금-미궁’의 단계에서
      곧바로 김 선배로 결론내렸는지 참으로 ‘궁금’하고
      ‘미궁’에 빠진 느낌이오.
      댓글을 보면 그대가 삼족오의 실체에 조금이라도
      접근해간다는 징후는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오.
      또한 그대는 왜 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힌트로 제시했는지도 물어보지 않았소.
      혹시 자신의 '감'을 너무 신뢰한 건 아닌지 모르겠소이다.

      어쨌거나, 진실은 댓글 너머에 여전히 빛나고 있고
      삼족오가 그대를 깊이 그리워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소.
      이 며칠간 그대가 즐거웠다면, 나로서는 대만족이오.
      괴로웠대도 어쩔수 없소^^

      그대가 불모의 사막에 나무를 심어 끝내
      기적을 현실로 이룬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줄 때,
      빛나던 미소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소.

      환한 웃음으로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마지막 힌트 하나,
      내 성과 이름의 받침을 모으면
      제임스본드가 떠오를 것이오.

      굿럭~

    7. 미래도둑 2008/09/17 04:04 # M/D Permalink

      삼족오님 참으로 글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려~. 어느 문장 하나도 빼기 힘들 정도로 아귀가 딱, 맞는 것이...게다가 읽을 때 운율이 느껴지는 일정한 속도감과 리듬감 마저...이런 수준의 글쓰기를 갖춘 분이라면...적어도 제가 아는 분은 없습니다. (딱 한 분이 있긴 한데, 그분은 워낙 바빠 궨시리 여기까지 오시지는 않을 것 같고.)
      이쯤 되면 저는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저를 딴 사람으로 착각하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사막과 나무 이야기에서...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죄송합니다. 종종 제가 한 말을 잊어버려서리...)
      하여튼, 삼족오님 글 읽으면서 엄청 웃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실은 알고 싶어요~)

    8. 삼족오 2008/09/17 13:42 # M/D Permalink

      學人이여!
      그대의 답글 중 제일 위로부터 세번째 줄의
      '리듬감마저...'까지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거요.

      "글빨 장난 no no!
      문장은 아귀 딱딱!
      요! 힙합 운율!
      예! 라임 착착!"

      내 글은 세박자, 혹은 네박자일 게요.
      글의 리듬은 조선이라는 대지 위에
      뿌리박은 날것, 혹은 현대성의 버무림.

      그런데 다음 언술이 삼족오를 당황케 하오.
      "이런 수준의 글쓰기를 갖춘 분이라면,
      적어도 제가 아는 분은 없습니다."
      이 대목은 삼족오의 고독한 인정투쟁이,
      어쩌면 그대 인식의 지평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감케 한 문제적 언술이었던 게요.

      더구나, 연이은 한 문장을 통해
      이 삼족오는 얼마간의 희망을 가졌으나
      그 ‘딱 한 분’이, ‘워낙 바쁠 것’이라는
      술부의 규정 탓에, 왠지 나와 그 딱 한분과는
      꽤 거리가 먼 존재로 비쳐졌으니,
      본좌의 실망감이란 오죽하겠소.

      앞선 댓글의 '김 선배' 찍듯이
      내 아는 사람 중에 없노라고
      단언하는 그대의 용기 앞에
      나의 어설픈 게임은
      자충수로 끝날 것만 같은 느낌이외다.

      해묵은 첫사랑의 이름은 떠올리지 못해도
      연인의 향취는 기억하는 법!
      메멘토!!!
      기억하라. 그대여.
      광화문 모퉁이 찻집 어드메였던가.
      신촌의 어둑한 술집에서였던가.
      우리는 손잡지 않았어도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돌아보면,
      그래요. 그래.
      나는 그대에게 글을 쓴 적이 없었소.
      정담이란, 쓰지 않아도 되는 문자적 인간들의 놀잇감 같은 것.
      정담은 나누었으되, 문자는 필요 없었던 탓에
      어쩌면 이 삼족오의 도발적인 댓글놀이가
      그대에게는 새삼스런 미지의 문자 게임이 되었을 터.

      아아, 그러고 보니
      사막과 나무 이야기는 내가 아는 '김 후배'의 것이었소
      그대를 그리워하다 보니,
      이런 혼란의 동조화까지 생기나 보오.
      믿을 것 되지 않아라, 덧없는 기억이여.

      무엇인가. 진실이란...
      내가 오늘 여기서 그대와 놀고 있다는 것 자체.
      혹은 아련한 옛추억의 한자락을 굳이 끄집어내
      그리운 사람에게 들이미는 차가운 연정 같은 것...
      내가 여기 있으메 그대 또한 잊지 말아달라는
      미망의 설움 따위...

      길을 떠난 그대에게 다시 길을 묻지는 않으리...

      學人이여!
      이제사 밝히되,
      나는 정처사라고 하오.
      그대를 늘 그리워하는 조선의 풍운아, 정처사요.

      혹 떠오르는 사람이 있거들랑,
      기쁘게 영접하시오!!!

  4. 미래도둑 2008/09/18 04:19 # M/D Reply Permalink

    크하하하, 동석이형. 역쉬! 대단허요, 대단해. 정말 오랫만에 글 같은 글을 읽은 느낌이랄까. 이런 인재가 '처사'라니...아깝소, 아까워. 대감이 되셔도 벌써 되셨을 것을...그나저나 잘 계세요? 형 생각을 하니, 보고싶고 또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동석이형 맞죠?) 삼족오 운운하시는 걸 보니, 요즘 역사공부 하시나 봐요? 아님, 한국전통연구회 같은 곳에서 또 작업(?). 하여튼 조선팔도를 휘휘저으며 다니시는 것이, 여기 섬에 콕 박혀 있는 저로선 부럽기만 하군요...종종 들러주세요. 댓글놀이나 하십시다. 미래에 대한 시름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서리...

  5. 삼족오 2008/09/18 19:26 # M/D Reply Permalink

    내 기억으로 그대의 웃음소리는
    이처럼 호호탕탕하지는 않았는데,
    무엇이 그대를 파안대소케 하였는가.

    삼족오의 존재증명에 걸린 시간은 일주일.
    게임의 주재자가 제풀에 지쳐
    스스로 정체를 밝혀버린 자충의 시간.
    또 다시 확인한 게임의 법칙-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이긴다- 크하하하!
    궁금, 미궁, 내 주변에 없다며
    끝까지 버틴 그대가 진정 챔피언!

    學人이여!
    ‘나야, 정아무개’ 하면 될 것을
    온갖 변죽을 울리며
    요란스럽게도 등장한
    처사를 이토록 즐겁게 맞아주시니
    기쁨 마음 금할 길 없소이다.

    옛날 어느 TV광고의 한 대목: 저 이번에 내려요!
    호응해달라고 옴팡진 신호를 보내던 여인과 달리
    그대는 ‘오늘’ 여기에서 의연히 발신하고 있었던 것.
    그리운 자가 찾아가는 법.
    미안하다니 그 무슨 말씀.
    있으니 족하오.

    그래도 툭 하니 던지고 싶은 망측한 질문 하나.
    더러 내 생각도 나더이까?

    삼족오라는 이름을 쓴다고 내 무슨
    상고사에 심취한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래 전부터 어찌어찌하여 필명에 쓰곤 했소.
    헌데, 드라마 ‘주몽’ 이후론 어딜 가도 이 아이디가 있어서
    사용키가 곤란했는데, 이곳에선 요긴하게 써먹네 그려.

    허여사도 평안하신가.
    패리스 힐튼과 닮았다고 했던 거
    취소한다고 전해주시게^^
    삼족오는 허여사를 생각하면
    그저 선녀만 떠오른다고 귀뜸해주시길.

    종종 들르겠네.
    이 참에 내 코너도 하나 만들지 그랴.

    "삼족오의 상상예찬"

    그런데, 그 ‘딱 한 분’은 누구였나?

  6. 미래도둑 2008/09/19 03:52 # M/D Reply Permalink

    석이형, 지난 1년은 내게 미래학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그러면서 친구도 그리워하고, 선후배도 그리워하고, 석이형도 그리워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에서야 조금씩 미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 딱 한 분은...성과 이름의 받침을 조합하면, '땡칠"이가 떠오를 거요. (ㅋ)

    메일 주소를 보내주시면, 그 즉시 삼족오의 상상예찬 코너를 만들께요. 그 주소로 여기 아뒤와 비번을 보내드릴테니, 몇 가지 사용법만 보시고 바로 포스팅하셔도 됩니다. 석이형이 합류하신다니, 참으로 '천군만오'를 얻은 듯 합니다.(이미 삼족오 코너를 만들었으니, 확인해보세요.)

  7. 삼족오 2008/09/21 11:40 # M/D Reply Permalink

    그대여! 인사가 늦었소.

    주말 내내 블로그를 꾸민답시고 이곳저곳 기웃대다
    태터툴스의 사촌동생 티스토리에 둥지를 틀었소.

    여러 해 전에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었지만
    그닥 글 쓸 마음의 환경이 되지 않았기에,
    폐허가 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건
    처사의 취향과 맞지 않았소.
    그래서 그대가 둥지를 튼 이곳 테터툴스를 알아보았더니
    젠장, 이렇게 복잡할 수가.
    아서라 말어라.

    호흡을 가다듬고 포털의 검색란에
    '블로그'란 키워드를 치고 결과를 기다렸소.
    포털에 종속된 블로그는 배제한다는 단 하나의 원칙만 들고서.

    내 눈에 밟힌 건, 이글루스와 티스토리.
    추운 걸 싫어하는 체질이라
    알래스카를 떠올리게 하는 이글루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배제.
    남은 건 티스토리.
    알고보니 여기는 테터툴스와 동일한 구조.
    왠지 모를 친근감에 다시 한번 숨을 깊이 쉬고
    회원가입 신청 버튼을 클릭!

    아니 이런!
    티스토리는 태터툴스와 동일한 기반인데,
    기이한 것은 회원가입을 하려면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소.
    초대받지 못한 자는 이 신세계 출입을 금한다는 것.

    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초대장을 발급하는 분에게
    신세계의 문을 열어달라 하였더니
    세상에! 3분만에 이메일이 온것이 아니겠소.

    뚝딱뚝딱. 너무나 많은 기능 앞에
    한때는 '얼리 어답터'로 소문났던 삼족오도
    신세계의 거대한 장벽 앞에 잠시 막막한 느낌마저 들었소.

    무엇보다, 블로깅의 목적조차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를 놓고
    약 5분 8초간 자책하기도 했소.

    허나 누구보다 불타는 열정의 소유자인 처사는
    실패보다 중단을 두려워하는 전사의 후예.
    일단 만들고 생각할 것!
    폐허가 성전이 되는 기적도 간혹 일어난다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만으로 테스트를 완료했소.

    이 모든 일은
    그대와 교신한 이 며칠 동안에 생긴 변화.
    그대의 발신에 응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혹 이 사태가 염화미소라는 동조 에너지의
    파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생각까지 했소이다.

    만들고 보니, 블로그의 주제는 없고
    들이마쉬고 내쉬고 했던 큰숨 한숨의 연속.
    그래서 주인장의 필명은 '깊은숨'이 되었고
    블로그 주소는 '옴'이 되었던 게요.
    *옴의 스펠링은 om인데, 두글자는 등록이 불가하다 하여
    ohmm이 되었소.

    한번 들르시오.
    상상예찬의 팀블로깅까지 될지는 모르겠으나
    간혹 시덥잖은 소리 하나 정도는 띄워보자고 생각중이오.
    그대, 미래도둑은 내 첫번째 링크!

    벌려놓은 일들 정리하는 것도 녹록치 않고
    신세 진 인간들에게 보은하기 위한 작전도 세워야 하니
    은근히 바쁜 4/4분기가 될듯하오.

    기쁘게 살아가려오.

    언젠가 내게도 기회라는 미래의 선물이 올 것이라 믿고서...
    (삼족오 버튼을 눌러보시오. 내 둥지가 뜰 것이오!)

  8. 미래도둑 2008/09/22 14:03 # M/D Reply Permalink

    오케이, 접속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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