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래학계에선 이른바 결심의 과학(a new decision science)을 화제로 떠들고 있는데요.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세계미래협회의 창시자 중 하나인 고든 박사(Theodore J. Gordon)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겠습니다.
(참조: T. Gorden. "Making Better Decisions in an Uncertain World." Futures Research Quarterly. Winter 2007, Vols. 23, N. 4.)
우선, 좋은 결정이란 무엇인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1. 몬트리올 의정서:오존층 파괴 가스를 줄이자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남.
2. 1960년대 인구예측으로 가족계획 운동이 일어남.
3. AIDS 문제 제기로 대대적인 예방운동이 일어남.
4. 조용한 봄(Silent Spring) 혹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 보고서로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킴.
(참조: 성장의 한계 보고서는 1970년대 로마클럽에서 제기한 문제로 환경파괴, 자원고갈로 인류는 성장의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함. '조용한 봄'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1962년 펴낸 책으로 DDT 같은 대량살상약품이 새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등의 환경오염 문제를 경고했음. 이 덕분에 1972년 미국은 DDT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음.)
그러나, 현실은 이렇듯 좋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늘, 내가 한 결정이 잘 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듯, 불안하기만 합니다. 고든 박사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1.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경우: 잘못된 결정은 즉각적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를 일으킨다.
-우주비행선, 챌린저호 폭파 사건: 의심할만한 증거가 많았으나 묵살됨.
-1950년대, 60년대 임산부 입덧방지용으로 판매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기형아 출산을 야기함.
-선탠, 고기, 포테이토는 한 때 건강을 지켜주는 것으로 간주됐으나, 지금은 반대임.
(이런 경우를 피하는 방법으로 고든 박사는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립되는 의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종합하는 것이 좋은 리서치라는 것인데요. 적절하게 종합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고든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의사결정을 위해 진행하는 과정에는 리서치, 결단의 시간, 조언, 시나리오, 모델 그리고 델파이 기법 등이 동원된다. 여기서 어떤 의도를 갖고, 특정한 결론을 과장하거나 축소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2.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경우: 정부는 종종 스스로를 속이거나, 의회를 속이는 거짓말을 한다. 예컨대 통킹만 사건. 1964년 월맹군의 해군이 미 해군을 공격해, 미국이 베트남 전의 명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1년 뉴욕타임즈가 극비문서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는 미국 정부의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5년 로버트 맥나라마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이 조작임을 시인했다.
3. 정치적인 힘이 때론 조급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 대부분 결정해야 할 때를 놓치고 만다.
4. 위험에 맞서는 것과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의 차이. 정부 관리들은 위험에 맞서기 보다는 현재의 흐름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이들은 종종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기보다 실현되지 않을 미래를 붙들고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5. 상상력의 제한적 이용: 미래를 예측하는 리서치는 항상 "엉터리" 혹은 "말도 안되는 것"쯤으로 치부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니 이렇게 평가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작 발현해야 할 상상력이 제한된다. 현재의 강력한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에는 리서치의 힘이 약하다.
6. 결정의 과정은 종종 비이성적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다니엘 카네만(Daniel Khaneman)은 "인간의 마음은 쿼크 같아서 종종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판단할 때, 얻는 것을 염두에 두기 보다 잃는 것을 더 걱정한다.
-병에 걸렸을 때, 사람들은 80%의 환자를 고친 방법을 선호한다. 그것이 나머지 20%의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방법임을 모르고 있다. 상황에 따라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7. 어려운 결정은 피하고 본다. 정부 관료들은 하기 어려운 결정의 경우, 꼭 필요하더라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8. 특정한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결정이 종종 번복된다.
9.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모두 선택이 옳기 때문이다. 그래도 선택의 기준은 있다.
-해가 없을 것
-공평할 것
-고통을 완화하는 것
-인류의 생존을 보호할 것
-미래세대를 고려할 것
-당신이 대우받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남을 대우할 것
10. 덧붙여야 할 한 가지 사항: 미래 리서치는 결정에 관계된 자료를 조사하는 방법론을 강화하는 것 못지 않게 결정의 과정을 향상시키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파레토 최적의 법칙 같은 것.
-------------------------------------------
하와이대 미래학에서 좋은 리서치란 "연구자가 갖고 있는 가치에 의문을 던질 수 있도록 풍부한 자료를 찾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서 풍부한 자료가 의미하는 것은 양적으로 많은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찾은 자료가 어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을 뜻합니다.
다가올 미래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1)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한다는 미래 2)현재가 붕괴된다는 미래 3)붕괴되기 전 해답을 찾아 다시 성장한다는 미래 4)현재로선 이해할 수 없는 미래 등입니다. 어떤 주제를 놓고 리서치를 할 때, 찾은 자료가 4가지 미래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미래를 예측한다면, 그건 보물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리서치의 핵심은 내가 갖고 있는, 믿고 있는 가치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좋은 질문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의 가치를 4가지 미래 속에 비춰보고, 그 다음엔 4가지 미래에 속하지 않은 미래의 거울에까지 비춰볼 때만이, 나의 가치가 현재와 미래에서 어떤 생명력을 갖고 움직일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A good research makes a distance between the present that I go and the future that I want to go. (Dator)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기는데요.
미래를 예측할 때, 풍부한 정보가 중요할까요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는 상상력이 중요할까요?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양적인 예측을 중시하는 쪽과 질적인 예측을 중시하는 쪽으로 갈립니다. 전자는 기업이 선호하는 예측이고, 후자는 정부나 시민단체가 선호하는 예측입니다. 문제는 풍부한 정보가, 컴퓨터 모델링이, 시뮬레이션이 과연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며, 정확한가하는 점입니다.
이를 논하자면 양쪽이 같은 양의 증거를 들이대며 서로 맞다고 우길 것 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예측이란 한 번 맞고, 한 번 틀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예측하기 보다는 그런 미래를 만들어서 살면 되지 않을까요.
Posted by ohn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