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고 있을 형, L에게...

L형,

지난 여름 한국 떠나기 전, 만났을 때 말입니다.
술 한 잔 더하고 가자는 형의 아쉬움에 대해 나는 그냥 가겠다고 말하고는...우린 헤어졌죠.
왜 그런지, 요즘엔 그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오르네요. 그냥 한 잔 더 할 걸...

최근에 형이 알려준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길래, 여기에 제 마음을 적습니다.
지난해 대선은 참으로 안타까웠죠?
형의 노력이 대선에서 빛을 발하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우리의 꿈은 헛된 것이었을까.
많은 선배, 동료들께서 바쁜 일상도 제쳐두고 힘을 모았지만, 결국 한 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렸죠.

각설하고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 L형,
뭔가 뜻대로 안 될 때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디다.
다 아는 것 같은데도, 현실이 자꾸 어긋나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대범하게 "한 번 놀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지난 세월이 참으로 아깝기만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린 모두 장님이다. 지금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쓸모 없어졌다. 밝게 빛나던 눈도, 지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 우린 어떻게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저는 '더듬거리며 길을 찾는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눈이 아니라, 귀로.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또는 코로.
나 말고, 남의 도움으로.
경험이 아니라, 그냥 직감으로.

이렇게 출구를 찾아나가겠죠...
우린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우선 쉬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형 곁에서 함께 고민해야 했는데, 전 여기에 있으니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한 번 오신다면, 저와 조용한 해변에서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을 보면서 지구를 탈출할 수 있을텐데요.
하와이는 가장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이더군요.
세계에서 유명한 천문대도 여기 있다고 합니다.

사실, 하늘에 있는 별의 눈으로 보면, 우리의 고민은 한 순간에 없어질 '하찮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또다른 희망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잠시 머물렀다 훌쩍 떠나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 요즘 저에겐 오히려 '구원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숱한 고민에서 해방시켜주는...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두루 평화롭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하와이에서...
미래도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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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8/01/26 04:34 2008/01/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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