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기사 쓰면서 많은 논쟁을 했는데, 이번 건은 좀 힘들군요.
자, 중간 결산을 하죠. 질문있습니다님께서도 계속 질문을 하고 계시니...
제로존 이론과 관련해 제 블로그에 댓글을 올려주신 분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1) 제로존 이론은 논란의 가치도 없다
2)박성원 기자는 무지막지하게 과장보도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3)한국의 과학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엉터리 이론이 언론에 버젓하게 나오도록 하다니...
뭐 이쯤 돼 보입니다.
1번과 3번 주장은 저로선 대답할 것이 없고요. 결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정리합시다.
그럼, 2번 주장, 사실을 호도하고, 과장하고, 한 편 얘기만 듣고...라는 부분은 제가 답하겠습니다.
근데...여기서 또 제가 님들의 기대를 벗어나 제 주장을 되풀이 한다면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을 것 같은데...
쉽지 않군요.
그럼, 맞을 걸 각오하고, 한 말씀.
제가 2003년인가 2004년에 재경부의 카드 정책이 잘못됐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지배적인 의견은 금감위가 잘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기사의 핵심은 카드 관련 법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재경부였고, 결국 재경부가 제때 경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내버려둬 카드 대란이 일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취재하느라 거의 3개월을 소진했습니다. 외국에 있는 전 금감위 직원도 인터뷰했고, 진념 전 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을 죄다 만났죠. 그래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낸 겁니다.
그런데 재경부에게 언론중재위 소송을 제기했어요.
프레스센터에 있는 중재위에 갔죠.
재경부 관료들은 저에게 왜 금감위 직원들의 말만 듣느냐, 재경부 직원들의 말도 들어야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재경부 관료들의 얘기도 제 기사에서 언급했거든요. 그것도 세게 언급했죠.
물론 제가 재경부 직원들의 얘기를 죄다 쓰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이겁니다.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핵심적인 얘긴데요.
재경부 직원들, 사건 터지고 나니까 비로소 말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카드 사태가 나기 전, 숱하게 경고했다고 했는데, 관련자들 만나봐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그 관련자들은 재경부 직원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언론중재위 판사에게 이렇게 얘기했죠.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의 재경부 멘트는 기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건 내 취재 결과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결국, 중재위에선 중재 불성립을 선언했습니다. 양쪽 의견이 팽팽하니 중재할 수 없다는 의민데. 그럼, 재경부는 행정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를 비난하시는 분들은 "기사는 늘 객관적이어야 한다. 양쪽의 주장을 균등하게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그 말씀, 맞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저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제로존 이론 관련, 제 기사가 왕창 양동봉 원장쪽에 치우쳤다는 지적,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걸 부인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같은 무게의 시각을 실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기사는 편향적입니다.
모든 신문과 잡지는 편향적입니다.
그건, 상대가 편향적이기 때문입니다.
제로존 이론을 듣는 과학자나, 전문가나, 일반 대중이나 모두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편향적입니다.
그 편향된 시각에, 선입견에 비슷한 무게를 주기위해 제 기사는 그렇게, 여러분이 주장하는 대로 '편향적'으로 썼습니다.
전, 저의 기사 쓰는 태도에 대해 결코 반성할 뜻이 없습니다.
기사는 기자 개인이 쓰는 게 아닙니다.
위에 편집장이 있고, 국장이 있습니다.
그렇게 기사가 거치면서 완성됩니다.
물론, 제가 기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닙니다.
75년동안 생존한 신동아가 내린 결론이고, 기사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신동아는 매월, 잘못된 정부와 부패한 정치인과 썩은 교주들을 고발하면서 싸웁니다.
거의 매월 소송에 시달립니다.
소송에 시달리면서 신동아는 할 말을 하고, 잘못을 바로잡습니다. 그러면서 신동아 기자들도 배웁니다.
음...
하여튼,
좀 걱정은 됩니다.
이번엔 어떤 돌을 맞을지...
어떤 돌에선 저의 잘못을 예리하게 꼬집어주는 것도 있으니, 꼭 나쁘나고 할 수는 없겠군요.
그럼, 바이~
Posted by ohn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