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12시쯤 퇴근했습니다.
차 시동을 켜고, CBS FM에 라디오 주파수를 마추고, 악셀을 밟았죠.
비가 조금씩, 그러나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와이퍼를 아주 가끔씩 작동했으니, 많이 온 건 아니었죠.
그러나 비가 와서 그런지, 거리는 아주 조용했습니다.
소음을 빗방울이 먹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차창 밖의 풍경은 그림 같았죠.
동영상이 아니라, 스틸 사진 같았습니다.
라디오 DJ의 목소리도 물기를 머금은듯 착, 가라앉았고,
노래도 산란했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들만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너무 좋았죠. 밖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으니까.
길거리에서 비를 피해 걷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습니다.
아니, 내가 좋아하는 친구 같았죠.(본 적은 없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한 잔 한 것 같은 얼굴이었는데, 빗방울 때문에 약간 상기된 얼굴로 택시를 잡고 있었어요.
근데, 그 순간...
눈물이 납디다.
갑자기 울컥 하는 겁니다.
왜 그럴까.
고향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어선가?
그런 것도 같은데,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랄까요.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이었고,
그걸 내가 들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그래서 슬퍼졌는가? 하는 생각이 듭디다.
슬픔을 들어주고 토닥여주고 싶은데...하는 마음.
촉촉한 비 때문인가요?
뭔가 조용하지만 강렬한 기운이 제 마음을 흔들어놓고 간 것 같은.
거기에 뭔가 제 할 일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빗속을 뚫고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차 시동은 끄고, 라디오는 틀어놓은 채...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