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찾기

요즘 사회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희생양 찾기, 마녀사냥... 이런 단어들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 서울시 공무원 중 무능력한 사람들로 찍힌 3%가 부서를 옮기거나 퇴출됐죠.
이를 보도한 신문들의 제목은 '서울시 3%, 구제불능'이었습니다.
구제불능...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런 굴레를 씌우는 건지.

물론 어떤 회사에나 '인사 실패'로 놀고먹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일 열심히 하는 분들의 처지에선 아주 얄미운 사람들이죠.
그래서 회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 분위기가 험악해도, 한 쪽에선 고소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 밖으로 내쫓아주길 바라는 거죠.

그러나 명예로운 퇴출이 꼭 필요합니다.
그들도 한 때는 조직에 보탬이 됐던 사람들이고, 그들 덕분에 조직이 잘 굴러간 때도 있었을 겁니다.
세상이 좀 바뀌었다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왕따 시켜서야 되겠습니까.
'구제불능'이란 말은 최악의 욕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뿐입니까.
요즘 공기업 감사님들 아주 작살이 나고 있죠.
구청장님들도 마찬가지구요.
이들의 행태야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묘한 것은 사회가 계속 희생자를 찾아 헤메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멕시코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공기업 비리 폭로였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분기를 모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기에 이르렀죠.
멕시코 정부는 공기업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자유무역협정 뒤 고통받는 저소득층(주로 농가) 지원에 썼습니다.
그 결과, 민영화된 공기업은 전기료, 수도세 등을 올렸고, 결국 다시 서민이 고통을 받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도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한쪽으로 배출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 주체는 정부일수도, 언론일수도, 사회 지도층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한 목소리로 희생양을 매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언론, 부자들의 3각 연대가 결성됐것 같습니다.

일본 메이지유신 때도 그랬다죠?
무혈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사무라이 계급(한국으로 치면 중인층)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매도했던.
그래서 사이고 다카모리(정한론 주창자,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배경 인물로 지목 받는)는 이런 시대에 저항해 할복하기도 했고.
시대가 변하고, 급변하고, 불만세력이 생기면 사회엔 어김없이 희생자 찾기 게임이 벌어집니다.

막강했던 재벌 총수의 행적도 낱낱이 공개되는 마당에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비리가 감춰질 리 없습니다.
공기업 감사던, 서울시청 공무원이든, 잘못하면 다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너무 폭력적입니다.
내치는 수준이 아니라, 매장하는 수준입니다.

더 걱정스런 것은, 퇴출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분노가 고스란히 우리 사회로 되돌아 온다는 점입니다.
남의 몸에 비수를 꽂는 자는 그 비수를 맞게 돼 있습니다.
그 사람이 맞지 않으면, 그 가족이 맞게 돼 있고, 가족이 피하면 친구들이 맞게 돼 있습니다.
또 비수를 꽂는 것 자체가 내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내는 것이기에 이미 비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고요.

이 사회가 '경쟁, 경쟁'하더니,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내치는 데 아주 잔혹해져 있습니다.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할 수는 없을까요?
다른 사람의 바통을 받아서 그 바통을 빛내는데 힘쓰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타인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누가 우리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겁니까.
뒷 사람입니까, 앞 사람입니까. 아니면 우리 자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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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nul

2007/05/28 10:52 2007/05/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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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7/05/28 13:18 # M/D Reply Permalink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나니, 한 번쯤은 반성해 볼 만한 일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벌을 받고 정말 바로잡아야 될 부분은 항상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이래서 마르크스형이 폭력에 의한 체제 전복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을 했나봅니다.
    발언이 좀 위험한가... (-_-)ㅋ

    1. 미래도둑 2007/05/29 14:39 # M/D Permalink

      그 시각도 꽤 재미있습니다. 때론 콱! 해야하는 때도 있는 법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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