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적조(積阻)했습니다...
다들 잘 계시죠?
지난해 말부터 저는 주변의 숱한 죽음을 보아야 했습니다.
전쟁터에 갔다온 사람처럼 말하게 됐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셨고, 처 외삼촌이 돌아가셨고,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선배 장모님이 돌아가셨고...
서울로, 청주로, 목포로, 나주로...
거짓말 조금 보태면 일주일에 한 번은 장례식에 갔다왔다고 할까요.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혼식에 가는 것보다 장례식에 가는 것이 낫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슬픔이 웃음보다 나은 것은 얼굴에 근심함으로 마음이 좋게 된다"고 한 적이 있고요.
이제서야 이 말이 이해가 됩니다.
사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무뚝뚝한 제 후배는 제게 "저 간신히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웃는 일도 많지만, 웃지 못할 일은 더 많습니다.
가까스로 사는 판에 웃음보다는 슬픈 표정이 더 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때문에 웃어야 하는 결혼식보다 웃지 않아도 되는 장례식이 더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꼬박 사흘을 장례식장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미수에 돌아가셔서 호상이었기 때문에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었고요.
오랫만에 친척들을 만나 사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얘기를 해보니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니더군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몰랐던 거죠.
장례식이 결혼식보다 낫습디다...
외할머니의 주검. 눈을 꼭 감은 얼굴을 내려다 봤습니다.
염쟁이가 능숙하게 수의를 입히는데, 할머니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힘 없는 팔, 대응하지 않는 몸...
주위에선 가족들의 오열.
죽음의 모습은 우리를 순간 멈추게 합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합니다.
20년 동안 염을 한 분이 이렇게 말 합디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붙어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인데.
요즘 노후대비 금융상품 광고 카피를 보면, 마치 100년 200년 살 것처럼 준비해야 한다고 떠듭니다.
역시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가는 게 낫군요.
우린 언젠가 꼭 죽습니다.
그게 언젠지도 모릅니다.
고구려 때는 부모가 자녀 시집, 장가보낼 때 꼭 수의를 싸서 보냈다고 합니다.
선조들은 삶과 죽음은 늘 붙어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죽음을 곁에 둔다고 재수없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만이 오늘...잘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때로 힘들 때, 화장터에 가볼 것을 권합니다.
잡다한 감정은 모두 타서 없어지고, 알맹이만 남은 채 다시 삶으로 돌아옵니다.
<사진은 쓰나미로 희생된 스리랑카 주민들 공동묘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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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재야 은둔 고수 - 추천 블로그 릴레이
Tracked from Lane'S B급 BLOG 2007/03/14 08:32 delete이올린에 '추천 블로그 릴레이'라는 태그로 좋은 취지의 태그 릴레이가 하나 생겼더군요. 최초 어느분(어느 블로그에서 누구라고 읽었는데, 제 기억력이 하루가 한계라... -_-ㅋ)이 제안을 하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