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바보처럼 순진하다는 건데.
누가 그러더군요. 순수한 사람이 되야지, 순진한 사람이 되서는 안 된다고.
모르고 속는 것과 알고 속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얘기도 됩니다.
얼마 전에 서로 다른 두 사람으로부터 보기 좋게 한 방 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걸 밝히는 건, 창피한 일이므로...결론만 얘기한다면,
그들의 말을 호의로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철저하게 그들에겐 목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사람 관계가 목적 없이 맺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제가 실망한 것은 그들이 한 없이 선량한 척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실망한 것은, 제 자신이었는데.
그들의 말을 제 멋대로, 그러니까 제 관점에서만 해석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게 유리한 쪽으로만 알아 들었다는 얘기죠.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죠.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제가 잘못인 거죠.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듭디다. '세상 무섭다...'
딱히 손해 본 것도 없고, 서로 좋게 헤어졌습니다만, 씁쓸한 맛은 영,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이건 좀 다른 얘깁니다만.
어제 밤에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다녀오는데, 평소 왕복 3시간은 걸릴 것을 2시간에 다녀왔습니다.
신호등은 제가 원하는 때, 파란불로 바뀌고, 제가 택한 길은 뻥 뚫렸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나가면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거참 신기하더군요.
나중엔 노란불일 때도 막 달리고 했는데, 이상하게 사고가 나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더군요.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앞서 밝힌 두 가지 사건과 오늘의 일은 서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한다는 거죠.
그러다가 작살이 나는 것임에도, 그때는 마치 신이라고 된 것처럼 낙관주의자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김우중 전 대우회장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것일까요?
이 때문에 늘 세상엔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걸까요?
뻗어나가는 힘을 유지하면서도, 힘이 꺾일 순간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요?
자기 확신과 오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듯 넘지 않을 수는 없을까요?
끝을 알면서 시작할 수는 없을까요?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면서도 그 한계를 뛰어넘을 방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Posted by ohn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