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타면 끊임 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장사꾼들이다.
손수레에 물건을 싣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
비올 때는 우산, 추울 때는 장갑, 음반도 팔고, 부채도 판다.
나는 전철에서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잠을 자기도 한다.
가급적 조용한 것이 좋은데, 이들이 떠들어대면 신경이 거슬리기도 한다.
물론 다 먹고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그런데, 나도 귀가 솔깃해서 이분들이 파는 물건을 산 적이 있다.
하루는 전철을 타고 강남으로 가던 중이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왔다.
"자, 여러분 여기 우주선이 한 대 떠 있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담은 우주선입니다.
시름도 많고 걱정도 많으시죠? 우주선을 보면서 잠시 잊어보세요.
황홀한 우주선을 여러분 가정에도 한 대 들여놓으세요."

대충 이런 내용을 읊고 있는 사람을 보니, 팽이를 팔고 있는 장사꾼이었다.
이렇게 생겼다.


중국에서 만든 건데, 가격은 1000원.
다이오드에서 여러 색의 불빛이 반짝이고,
돌리면 진짜 우주선이 날아가는 것 같다.
그 장사꾼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저 우주선을 꼭 사고 싶었다.
아들에게 가져다 주면 꿈을 꿀 것 같았다.













또 한 번 지름신이 내려와 1000원을 주고 산 것이 휴대폰 악세사리용 복돼지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복돼지를 파는 아저씨의 멘트가 마음에 들었다.
"백화점에 가보니 마음에 쏙 드는 복돼지가 8000원이라고 했어요.
단단하고, 칠도 벗겨지지 않는 게 꼭 사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장을 찾아가 사장에게 부탁했어요. 내가 싼 가격에 한 번 팔아보겠다고.
그래서 오늘 여기서 1000원에 드립니다~."


지어낸 말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그럴 듯 했다.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은 것이 믿음직스러웠다.




북키노의 수잔나님이 스승으로 여기는 조셉 켐벨의 '신화의 힘'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남들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주제라고 해서 관심을 두는 것은 신용하지 않는다.
내가 신용하는 주제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사로잡히게 되는 주제다."
우주선 팽이와 복돼지를 파는 장사꾼들의 입담에선 '자신을 사로잡았던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우주선 팽이 때문에, 칠이 벗겨지지 않는 복돼지 때문에...
그들은 "내 삶은 황홀했다, 살아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인가.
사로잡은 것과 뒤엉킨 경험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 순간 황홀했는가.
그랬다면...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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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ne 2007/01/19 0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지금 제가 하고 있는일이 그랬었습니다.
    처음엔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무작정 그저 '좋아서'시작을 했었지요.
    처음 배울때는 혼자 독학을 했었는데, 고3때도 그러지 않았던, 잠자는 시간도 4시간으로 줄이고(너무 너무 하고 싶어서 잠도 안오더라구요.)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고 소변도 후닥닥닥 뛰어가서 해결하고 그렇게 몇달을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처음 이 직업을 얻었을때는 돈같지도 않은 돈을 받으며 일했지만, 마냥 신나고 즐거웠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거품이 전국적으로 휙 걷히고 난 이후 부산의 IT는 단체로 망해가기 시작했고, 임금이 체불되고 당장 먹고 살기가 급급해 지더군요.
    결국 제가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하게 되었는데,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니 그 때의 선택이 후회된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금은... 배운게 도둑질이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뭐 인생 별거 있나요... ㅋ

    • 미래도둑 2007/01/19 16:06  address  modify / delete

      인생 뭐 별거 있나요? 그냥 GO죠!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고맙슴다. 레인님 덕분에 전 블로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하고 있슴다.

  2. inuit 2007/01/20 11: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복돼지 아저씨는 확실히 스토리의 힘을 아는 분 같습니다. 나중에 사례로 써먹어야겠습니다.